신한·KB의 2Q '같은 9900억원, 다른 자신감'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9.07.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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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염가매수차익 반영 않고도 '1위' 수성…KB, 일회성 요인 '의존'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이 2분기 나란히 99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기초체력에선 차이가 드러났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차익을 반영하지 않고도 비은행·비이자 성장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반면 KB금융은 일회성 이익과 비용 개선 효과로 이익의 '질적성장'으로 보긴 이르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2분기 99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지난 25일 공시했다. 1주일 전 KB금융도 2분기 99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알렸다. 신한금융이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순이익 '1위'를 지켰지만, 차이는 단 49억원이다.



리딩금융그룹을 다투는 두 회사는 저력을 과시한 동시에 '3·4위 그룹'과는 3000억원을 이상의 차이를 냈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이익의 체질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시장이 기대했던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차익을 반영하지 않고도 KB금융을 앞섰다.



염가매수차익이란 M&A(인수·합병)를 통해 사들인 기업의 공정가치보다 지불한 인수가격이 낮을 때 발생하는 장부상 이익이다. 주로 PBR(주가순자산비율) 1 이하인 금융사의 M&A에서 발생한다.

2012년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시 약 1조원, JB금융이 광주은행을 인수할 때 약 5000억원, KB금융지주의 KB증권(옛 현대증권)·KB손해보험(LIG손해보험) 인수 때 약 7000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이 이익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회계 방향과 관련해 염가매수차익 대신 '영업권'을 선택하는 쪽으로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권은 염가매수차익의 반대 개념으로, 기업 공정가치보다 더 비싼 인수가를 지불한 경우 발생한다. 차액은 초과 수익력을 가진 무형자산으로 평가되는데, 예컨대 '브랜드 가치'가 대표적이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약 4800억원의 영업권을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기 실적 개선보다는 그룹의 중장기적인 경상이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대목이다. 당장 염가매수차익을 선택하면 KB금융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겠지만, 영업권으로 발생할 미래 이익을 당겨쓰지 않는 선택을 한 셈이다.

신한금융의 선택은 일회성 요인 없이도 KB금융을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GIB부문 영업이익 3526억원, 글로벌 부문 영업이익 1783억원을 거두는 등 그룹 수익원의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선 연말 임기만료를 앞둔 조용병 회장이 거액의 일회성 카드를 포기한 것을 두고 "회장 스스로의 결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반면 KB금융의 2분기 실적은 다양한 일회성 요인에 힘입은 탓에 '현재의 수익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실제 KB금융의 2분기 순이익은 작년 2분기 대비 4.7%(444억원)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반대로 움직였다. 같은 기간 1%(138억원) 줄어든 1조3102억원이 됐다.

다만 KB금융은 2분기 자본잠식 우려를 해소한 한진중공업(560억원), 법정관리에 들어간 오리엔트조선(250억원) 등의 대손충당금 환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또 이자·수수료이익·기타영업이익 합계인 총영업이익은 2분기 2조8992억원으로 1분기보다 1.2%(344억원)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1021억원)은 46.7%(896억원) 줄었고, 영업외손익(486억원)은 무려 625.4%(419억원) 급증했다.

KB금융이 상반기 보수적인 자산 성장 기조를 유지했던 것이 하반기에는 수익성에 더욱 걸림돌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과 저성장 등으로 은행의 수익성 저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선 보다 폭넓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 게 수익성의 해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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