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부터 '트럼프 스타일'…괴짜 英총리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7.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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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트럼프' 보리스 존슨 총리, 첫날부터 대대적 인사… 동생을 장관에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보리스 존슨(55)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했다. 트레이드마크인 헝클어진 머리에 돌직구 언행으로 '영국의 트럼프'라고까지 불리는 존슨 총리는 첫날부터 무조건적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자신의 동생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내각 물갈이를 하며 '트럼프식' 행보를 보였다.

이날 CNN,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총리 관저 앞에서 열린 취임연설에서 재차 무조건적인 브렉시트를 강조했다. 그는 "의심론자, 회의론자, 비판론자들이 영국을 끌어내리고 있다"면서 "영국에 등을 돌리는 자는 옷을 벗게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그러면서 "10월31일 예정된 브렉시트는 예외없이 무조건 단행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연설이 끝난 지 몇시간 되지 않아 존슨 총리는 강경 브렉시트 지지자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하는 대대적인 내각 인사를 단행했다. 17명이 한꺼번에 자리에서 물러나 집권 보수당조차 "여름날의 대학살"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CNN은 존슨이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제레미 헌트 외무장관을 가장 먼저 내보내며 "피의 숙청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업무를 관장하는 이 자리에는 도미닉 라브 전 브렉시트부 장관이 임명됐다. 라브 장관은 지난해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안에 반발해 사퇴했을 만큼 강경 브렉시트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내각 '2인자' 자리인 재무장관에는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이, 내무장관에는 프리티 파텔 전 국토개발부 장관이 임명됐다.



존슨 총리는 존슨 형제의 4남인 조 존슨을 비즈니스·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현지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딸 이방카를 백악관 보좌관으로 임명한 것처럼 존슨이 '가족 정치'를 시작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를 단행한 것도 존슨 총리의 행보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후 올 4월까지 총 42명을 백악관에서 내쫓았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40여년간 백악관에서 임기 첫해에 트럼프만큼 많은 각료를 내보낸 대통령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CNN은 존슨 총리가 영국 안팎으로 혼란의 순간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이 총리가 지난 3년간 해내지 못한 브렉시트를 3달 안에 완료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영국이 '살거나 죽거나' 중 '죽거나'의 순간에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존슨 총리가 국제 외교무대에서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지난 4일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EU 제재를 위반했다며 이란 유조선을 나포하자 지난 19일 이란이 영국 유조선을 억류하면서, 영국은 미국과 이란 갈등 사이에 끼게 됐다.

존슨은 최근 치러진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 투표에서 66.4%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런던 시장을 역임했고, 2016년 브렉시트를 주도하기도 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내각에서 외무장관을 맡았지만 지난해 7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방침에 반발해 직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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