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아마존·페북 독점 조사? 어차피 실패할 걸"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7.2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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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트럼프의 '정치적 마녀사냥' 해석…美행정부 선전포고에도 페북·아마존 주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단지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이 크다는 이유 만으로 이들을 무너뜨리려는 광범위한 시도는 반(反)독점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실패할 것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

트럼프 행정부가 페이스북과 아마존, 구글 등 거대 IT(정보기술) 업체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지만 월가는 시큰둥하다. 뚜렷한 근거없이 시작된 '정치적 마냥사냥'인 만큼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에 유리한 정치 지형을 만들기 위해 진보적 성향으로 알려진 미디어 기업들에 대한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것이란 해석도 깔려있다. 아마존은 미디어가 아닌 전자상거래 업체지만 최대주주인 제프 베조스 CEO(최고경영자)가 진보 성향 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를 함께 지배하고 있다.

미 법무부의 반독점조사 선전포고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과 아마존의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페이스북은 1.1%, 아마존은 0.3% 각각 상승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만 0.7% 하락했다.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법무부와 의회가 이들의 경쟁제한적 행위를 조사하겠지만 결국은 아무런 소득도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우린 앞으로도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매수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S&P(스탠다드앤푸어스)500 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또 다시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반도체주들이 랠리를 이끌었다.

대형주 위주의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14.09포인트(0.47%) 오른 3019.56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70.10포인트(0.85%) 뛴 8321.50에 마감했다. 반면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79.22포인트(0.29%) 떨어지며 2만7269.97에 머물렀다.


반도체주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가 '깜짝실적'(어닝서프라이즈)에 힘입어 7% 이상 급등하며 반도체주의 강세를 이끌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퀄컴이 3% 가까이 뛰었고, 인텔도 2% 이상 올랐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관련 소재 수출규제 등으로 전세계 반도체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한몫했다.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월가 일각에선 비관론도 흘러나왔다. 차이킨애널리틱스의 댄 루쏘 수석전략가는 "지금까지 나온 기업실적과 경제전망은 주식시장의 단기적인 기술적 지표와 일치한다"며 "주식이 사상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운데 황소(강세장)는 휴식을 취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그는 "뉴욕증시의 주가지수들은 사상최고치 수준에서 저항력을 보이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선 개별 종목들 간의 희비가 크게 교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시장에 큰 영향은 없었다.

므누신 장관은 미 경제방송 CNBC에 출연, "아마존이 주는 이점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미국 전역의 소매업계를 파괴했기 때문에 그들이 경쟁을 제한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이것을 조사한다는 것은 매우 좋은 것"이라면서 "중요한 문제이고, 법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그의 권고를 듣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므누신 장관은 "아마존이 중소기업에 실제로 큰 피해를 입힌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아마존을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와 비교하면서 "그들의 경쟁적 관행은 유사한 점도, 다른 점도 있다"며 "사람들이 월마트의 독점에 대해 우려를 했지만 월마트는 중소기업들이 월마트와 경쟁을 계속할 수 있는 사업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중소기업들은 아마존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 "독립 판매업자들이 아마존의 총 상품 판매의 5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아마존은 전세계 소매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면서 "우리 점유율은 전세계 소매업의 1% 미만, 미국 소매업의 4% 미만이다. 소매 매출의 90% 이상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인터넷 검색, 소셜미디어, 소매판매 서비스 등을 지배하는 온라인 플랫폼들의 행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특히 이들의 경쟁제한 행위와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했다.

법무부가 직접 적시하진 않았지만 이는 사실상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페이스북, 아마존을 지목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온라인상에서 '보수적'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폭스비즈니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행정부가 구글과 페이스북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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