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꾼 러시아 "영공침범 없었다, 韓조종사가…"

머니투데이 최경민 최태범 기자 2019.07.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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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靑 "러시아가 유감표명" 반나절만에 전혀 다른 공식입장

【오사카(일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19.06.28.   photo1006@newsis.com【오사카(일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19.06.28. [email protected]


러시아가 자국 군용기의 대한민국 영공 침범을 공식 부인했다. 청와대가 러시아 차석 무관의 말을 빌려 러시아 정부의 사과 표명이 있을 거라고 밝힌 지 반나절 만에 상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변했다.



국방부는 러시아 측으로부터 "전날 우리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전문을 받았다고 24일 오후 밝혔다. 국방부가 접수한 이 공식전문에는 "오히려 한국 조종사들이 자국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청와대가 이날 오전 공개한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러시아 차석 무관의 대화 내용과 180도 다른 내용이다. 우리 정부가 전날 호출한 러시아 차석 무관은 "비행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 중국과 연합비행훈련"이라며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초 계획된 경로 대로였다면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국방부가 즉각 조사에 착수해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측의 영공 침범을 인정하면서 유감까지 피력했던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차석 무관은 "러시아 당국은 국제법은 물론이고 한국의 국내법을 존중한다. 의도를 갖고 침범한게 아니다"며 "우리가 의도를 갖지 않았다는 것을 한국측이 믿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이 갖고 있는 영공침공 시각, 위치 좌표, 캡처 사진 등 전달해주면 사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안과 관계없이 한국과 관계가 발전되길 희망한다. 동일한 사안이 발생되지 않도록 한국-러시아 공군 회의체 등 긴급협력체계가 발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기 오작동'이 아직 구체적인 조사 결과에 따른 러시아의 공식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러시아 차석 무관이 "적절한 사과와 유감 표명은 러시아 외교부와 국방부, 혹은 언론을 통해 나올 것"이라 했다고 밝혔다.

이에 근거해 윤 수석은 "종합 분석 후 그쪽(러시아)의 대응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오히려 우리의 기대와 예상과는 동떨어진 내용으로 러시아가 공식입장을 밝힌 셈이다. 정부는 향후 실무협의를 통해 관련 사실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러시아 측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일 뿐만 아니라 전날 외교경로를 통해 밝힌 유감 표명과 정확한 조사 및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이라며 "우리 공군기는 정당한 절차에 의해 경고방송 및 차단비행, 경고사격을 실시했고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자료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가 우리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진입했고,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같은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모색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중국·러시아 군용기들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과 관련해 논의했다. 볼턴 보좌관은 "유사한 상황에 한미가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시는 우리 영공에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며 "관련해서는 국가안보실에서 집중 점검,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건과 관련해 일본이 독도 영공을 자신의 영공이라고 주장하자 청와대 측은 "일본은 JADIZ(일본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부분만 입장을 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직접 '일본은 끼지 말라'고 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영공에 대한 문제는 우리가 답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 명의로 발표한 입장자료를 대독하며 일본의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국방부는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라며 "독도에 대한 어떠한 외부의 침범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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