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116,700원 ▼1,700 -1.44%)과 LG화학 (437,000원 ▼3,000 -0.68%)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파우치필름을 일본의 '디엔피'와 '쇼와덴코'에서 전량 공급받고 있다. 두 업체는 전 세계 파우치필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파우치필름은 은박지 형태로 파우치형 배터리의 배터리셀을 감싸 보호하는 포장재다. 배터리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소재다. 배터리 전체 생산 원가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파우치필름은 일본의 2차 제재 품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일본 제품의 대안으로 중국에 생산업체가 있지만 품질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당장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업체들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중국의 셀렌테크놀로지는 일본 업체를 인수해 파우치필름 제조 기술을 확보했지만, 한국 배터리의 품질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배터리 수요를 맞출 생산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일본 업체들은 그간 한국 배터리업체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공해왔다. 최대 고객인 한국 업체들에 글로벌 시세 대비 최대 50%까지 저렴한 가격에 파우치필름을 공급하기도 했다. 중국산의 유일한 장점인 가격 메리트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혈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파우치필름 공급 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은 치명적"이라며 "양극재와 음극재 등 핵심 소재 외에도 파우치필름 같은 필수 소재에 대한 정부의 국산화 지원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4년간 1500여건이 넘는 배터리 소재 국책과제가 발표됐지만 파우치필름 관련은 10건에 불과했다.
한편 국내에선 농심그룹 계열사로 포장재 제조업체인 율촌화학 (35,450원 ▼2,100 -5.59%)이 파우치필름 관련 기술을 갖고 있지만 현재는 양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 LG가(家) 희성그룹의 희성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소재 관련 사업을 인수한 'BTL첨단소재'도 파우치필름 양산을 위해 올해 3월부터 시제품을 만들어 고객사의 인증(테스트)을 진행 중이다.
BTL첨단소재 관계자는 "통상 6개월 정도 시험 기간이 필요하다"며 "희성화학이 LG화학에서 관련 기술에 대해 2번이나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양산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