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창현 기자 chmt@
문 총장은 23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떠나면서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문 총장은 "특히 권력기관이라고 지칭되는 기관은, 법치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운영하기도 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민주주의를 손상시키기도 하며, 때로는 심하게 손상시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해 주권자를 역사의 현장에 나오지 않을 수 없게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그는 "국가적 권능을 행사하려면 그 권능을 행사하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통제를 받아야 하고 권능 행사가 종료되면 책임을 추궁받을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그래서 우리부터 통제받지 않는 권능을 행사해왔던 것은 아닌지, 행사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늘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악 척결과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의 가치도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한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가치지만 독재시대, 권위적 민주주의 시대를 거쳐 수평적이고 보편적인 민주주의 시대가 된 이 시기에 더 중요한 것은 법치라는 가치, 형사사법에서의 민주적 원칙과 절차의 준수"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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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을 완수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문 총장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비난과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내외부적 제도 개혁을 다 끝내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이제 마칠 때가 돼 되돌아보니 과정과 내용에서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고 이러한 상황을 참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검찰 구성원 여러분의 자부심과 자제력, 국민에 대한 책임감과 충성심을 믿고 있다"며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에 시행되고 있는 형사소송절차에 혹시라도 군국주의적 식민시대적 잔재가 남아 있는지 잘 살펴서 이러한 유제를 청산하는 데에도 앞장서 나서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문 총장의 퇴임식은 오는 24일 오전 11시 비공개로 치러진다. 퇴임사를 읽는 대신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른바 '조용한 퇴장'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59·23기) 차기 검찰총장은 오는 25일 취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