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대체품 뜨는데…'토종' 비비안 매각설, 왜?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9.07.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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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주관사 선정, "자문 구하는 단계"…한정된 파이에 해외 브랜드 공습

여름을 맞아 출시된 비비안 인견 브라 제품컷/사진제공=남영비비안여름을 맞아 출시된 비비안 인견 브라 제품컷/사진제공=남영비비안


"에어리즘 대체품 뭐 있나요?" 유니클로가 불매운동 표적이 되면서 소비자들이 사이 연일 오가는 질문이다. 속옷시장까지 잠식한 유니클로와 설 자리를 잃은 토종 브랜드의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비안 등 토종 속옷 브랜드는 이 시국에 반사이익을 누리기는커녕 매각설이 불거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 속옷업계에 따르면 '비비안'을 보유한 국내 대표 속옷기업 남영비비안 (996원 ▲3 +0.30%)은 매각을 염두에 두고 최근 주관사를 선정했다. 비비안 관계자는 "투자 유치, M&A(인수합병)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문을 구하는 단계"라며 "매각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앞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22일 남영비비안에 경영권 매각 추진설과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남영비비안은 이날 "최대주주에게 문의한 결과,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1957년 설립된 남영비비안은 6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속옷기업이다. 창업주 고(故) 남상수 회장의 바통을 이어 아들 남석우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시장상황의 변화에도 속옷 외길을 걸으며 자리를 지켜왔다. BYC가 부동산업을 벌이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남영비비안은 간판 브랜드 비비안을 비롯해 드로르, 판도라 등 8개의 속옷 브랜드를 보유했다.



속옷은 생필품이자 패션 아이템인데 점점 후자에 방점이 찍히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불경기 여파를 피하지 못한 동시에 겉옷을 제조·판매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 속옷 사업에 뛰어들면서다. 속옷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 기본이고 파이가 한정적이어서 가뜩이나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데 악재만 쌓인 것이다.

해외 브랜드의 공습도 이어졌다. 직구가 수월해지면서 '빅토리아시크릿' 등 브랜드가 부상했고 '원더브라' 등은 홈쇼핑 채널로 고객을 끌어들였다. 좋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유니클로의 등장은 치명타였다. 유니클로는 '에어리즘', '히트텍' 등 메가 아이템으로 속옷시장까지 제패했다.

이에 남영비비안은 2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면서도 지난해 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고전했다. 과거 조인성, 하지원 등 빅 모델을 기용했지만 현재는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는 등 긴축경영을 펼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속옷뿐만 아니라 패션업계 전반이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며 "토종 속옷브랜드의 경우 SPA(제조유통일괄형) 저가 제품 등에 밀려 더욱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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