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아파트·시급 5600원… 홍콩 시위의 숨은 이유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7.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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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3배 오를 동안 임금 25% 올라… NYT "홍콩, 세계서 가장 불평등한 곳"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21만명이 2평에 채 못 미치는 방에 산다.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지만 시간당 최저임금은 6000원에 못 미친다. 740만명 인구 중 5분의 1가량이 빈곤에 처해 있다. 40여 일 넘게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홍콩의 현주소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홍콩 시위의 경제적 뿌리(The Economic Roots of Hong Kong's Protests)'라는 제목으로 홍콩이 처한 경제적 불평등 실태를 조명했다.



홍콩에서는 지난달 9일부터 주말마다 홍콩에선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철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퇴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시위 초반 200만명이 넘게 참여했던 이 시위는 7주째 이어지며 친중파 세력과 갈등을 겪는 등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대규모 반중 시위의 표면적 이유는 중국 중앙정부의 지배력 강화에 대한 반발과 직선제 도입 등 정치적 독립에 대한 요구다. 그러나 NYT는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이유로 경제적 요인을 꼽았다. NYT는 "정치적 분노 아래엔 경제적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과 앞으로 더 나빠지기만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단적인 예로 주거 문제를 들었다. 홍콩 주민 21만명은 불법 개조 아파트에 산다. 기존 방을 칸막이로 세분한 불법 개조 아파트의 평균 면적은 48ft²(약 4.46㎡)에 불과하다. 평수로 환산하면 1.35평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홍콩 경제 불평등 실태 기사. 기사 내 사진은 홍콩의 전형적인 불법 개조 아파트 모습. /사진=NYT 캡쳐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홍콩 경제 불평등 실태 기사. 기사 내 사진은 홍콩의 전형적인 불법 개조 아파트 모습. /사진=NYT 캡쳐
문제는 수입으로 감당할 수 없는 주거비와 생활비다. 홍콩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4.82달러(약 5673원). 한국의 68% 수준이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테리전스 유닛(EIU)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홍콩은 싱가포르, 파리와 함께 세계에서 물가가 비싼 도시 공동 1위에 올랐다.

불법 개조 아파트에 사는 4년제 대학 졸업자 케네스 룽(55)은 "이전엔 더 좋은 교육을 받으면 수입이 늘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홍콩에서 지난 20년 동안 시민들은 대학 교육은 받을 수 있어도 돈은 벌 수 없었다"고 한탄했다. 룽은 매일 12시간, 일주일에 6일을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시간당 5.75달러(6658원)를 번다. 100ft²(9.29㎡, 2.81평) 남짓한 방 월세로 512달러(60만원)를 내고 나면 생활비가 빠듯하다.


NYT는 홍콩을 두고 "아마 세계에서 살기 가장 불평등한 곳"이라고 일컬었다. 집값이 3배 오를 동안 임금은 약 25%밖에 오르지 않았고, 홍콩 시민들은 전 세계 71개 도시 중 주당 근로시간(2015년 UBS 보고서 기준)이 가장 높다. 연간 실시하는 '데모그라피아 국제주택마련 가능성 조사보고서'에서 홍콩은 9년 연속 세계에서 집을 마련하기 가장 어려운 도시로 꼽혔다. 홍콩 시내 아파트 평균 가격은 연평균 가구소득의 20배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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