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보여주세요" …생체인증 뜬다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19.07.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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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인식부터 정맥·수기서명·목소리 인증까지…글로벌 시장규모 2022년까지 연평균 20% 성장 전망

#. 김포·제주공항 등 14개 국내 공항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공항 탑승구에 손바닥 정맥 인식 스캐너를 도입했다. 전용 탑승 게이트에서 신분증 없이 손바닥을 비추는 것만으로 탑승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정맥 인식은 손바닥이나 손가락의 정맥으로 본인을 확인한다. 손바닥 안의 정맥 위치와 모양, 굵기 등은 사람마다 달라 카메라 근적외선 센서에 투과하면 본인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다. 비접촉 방식이라 지문 인식 기술에 비해 사용자 거부감이 덜하고 보안성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생체 인증 기술이 보편화 되고 있다. 인증 대상 분야도 과거 지문과 홍채·안면(얼굴)에서 정맥, 목소리, 서명, 걸음걸이 등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생체 인증은 살아있는 생체를 본인 확인 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비밀번호 분실이나 도용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 개인 특성을 활용하는 만큼 보안성도 높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차세대 보안 기술로 주목 받는 이유다.



"손바닥 보여주세요" …생체인증 뜬다


◇지문·안면에서 정맥·필기체까지…바이오매트릭스 시장 커진다=지문·홍채·얼굴 인식 기술에 이어 정맥, 목소리나 걸음걸이, 필기 패턴 등 새로운 생체 인식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자동 현금 인출기(ATM)에서 손바닥만 대면 예금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분증이나 비밀번호를 잊어버려도 손바닥 정맥만으로 예금을 출금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영업점 50곳에서 쓸 수 있고 연내 전국 영업점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우리, 기업, 농협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들도 정맥 인증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정맥 인식 기술은 스마트폰에도 탑재되고 있다. LG전자 (106,500원 ▼1,400 -1.30%)가 올초 출시한 스마트폰 'LG G8 씽큐'가 대표적이다. 휴대폰 카메라에 손바닥을 펼쳐 보이는 것만으로 휴대폰 잠금화면을 열거나 앱을 실행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맥의 기하학적 무늬 때문에 정확도가 지문보다 훨씬 높고 직접 접촉하지 않아 감염 우려도 없다"고 말했다.

사람 고유의 목소리 패턴을 인증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KTH가 운영하는 홈쇼핑 K쇼핑은 목소리만으로 홈쇼핑에서 주문·결제가 가능한 음성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KB저축은행도 목소리 인증을 결제수단으로 활용한 'KB착한뱅킹' 앱을 출시했다. 목소리만으로 하루 50만원 내에서 간단하게 송금할 수 있다.

"손바닥 보여주세요" …생체인증 뜬다
◇앞으로는 행위 패턴 생체 인증 주목…신체·행위인증 융합도= 스마트폰 잠금화면 해제나 특정 웹사이트 접속, 모바일 뱅킹 등에 지문이나 얼굴·홍채를 인식하게 된 건 이미 보편화된 지 오래다. 이제는 걸음걸이, 글씨체 등 후천적 행동패턴을 활용한 생체인증 기술도 주목 받고 있다. 걸음걸이 인식은 몸 전체를 얼굴, 몸통, 종아리, 손 등으로 구분해 각 부분 사이의 길이, 속도, 구부러지는 각도 등을 분석하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본인을 확인한다. 움직이는 동적 데이터를 활용해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시큐브 (867원 ▲8 +0.93%)가 최근 특허권을 확보한 수기 서명 인증 기술도 대표적인 행동패턴 기반 생체인증 기술이다. 사용자의 서명 동작에서 발생하는 고유의 필기패턴을 인식, 사용자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 사람마다 같은 글자를 쓰더라도 획의 긋는 순서나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착안했다. 서명은 가장 흔한 본인 인증 방식으로 위조가 쉽지만 수기 서명 인증은 동적 행위를 분석해 정확성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생체 인식 기술이 과거 지문인식 등 한가지에서 홍채나 정맥 등 여러 생체 인식 기술 혹은 행위 패턴 생체인증 기술을 혼용해 사용하는 멀티 인증 방식으로 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기융 시큐브 대표는 "신체 특징을 기반으로 한 생체인증 시장 형성은 이미 국내외에서 성숙기에 돌입하고 있고 핀테크 활용 등 온라인에 기술을 적용해 시장을 넓혀가는 단계"라며 "최근 1, 2년 생체 인증 시장을 살펴보면 신체 인증과 행위 인증을 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생체인증 시장에서는 행위 기반 인증은 아직 시작 단계"라면서도 "해외에서는 훨씬 더 시장 형성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앞으로는 행위 분석 인증 시장 규모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시장 조사업체 마캣앤마켓(Markets&Markets)은 바이오 인증 시장 규모가 지난해 168억 달러에서 연 평균 20% 성장률로 2023년에는 418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글로벌 성장세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생체인식 기술 시장 규모가 2021년엔 5634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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