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약속하면서 지난해부터 펫보험 신상품이 다시 쏟아졌고, 시장이 활기를 띄자 가입도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재 '빅3' 대형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손보사가 펫보험을 판매 중이며, 각사별로 수십에서 수백건에 그쳤던 가입 건수도 최대 10배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펫보험 활성화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의 의료비 부담은 덜었지만 모럴해저드 우려는 더 커졌다는 점이 문제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미흡해 보험에 중복가입한 후 보험금을 여러 번 청구하는 이중계약을 조회할 방법이 없어서다.
펫보험은 실손의료보험처럼 여러 곳에서 가입해도 가입금액(보상한도)에 비례해 회사별로 보험금을 나눠서 지급하는 비례보상 상품이다. 2개 보험에 가입하고 보상한도가 20만원이라면 각사가 20만원씩 주는 것이 아니라 10만원씩 나눠 지급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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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품은 이중계약 여부를 조회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펫보험은 실손보험과 달리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중계약 조회시스템을 갖추려면 반려동물 등록번호가 필요한데 등록률이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화재, 메리츠화재는 미등록 반려동물도 가입을 받아주고 있어 보험개발원이 이중계약 조회를 위해 개발 중인 비문 인식 시스템이 활성화돼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 소유주가 A보험사와 B보험사의 펫보험에 중복 가입 후 반려견을 치료하고 두 보험사에 모두 보험금을 청구하면 A사와 B사는 서로 타사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각사가 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 이런 맹점을 노리고 고의로 반려동물을 학대하거나 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내는 식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별로 동물 등록제를 의무화한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반려동물 등록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보험 관리가 어렵고, 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결국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