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소비의 본질

머니투데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2019.07.2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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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품 불매운동, 얼마나 갈까요?" 최근 언론이 집중적으로 묻지만 대답은 쉽지않다. 계속 확산되는 불매운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개개인 소비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을 윤리적 소비라 한다. 친환경 소비, 공정무역, 로컬소비 등과 함께 불매운동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데 윤리적 소비에 30:3 현상이 있다. 소비자의 약 30% 정도는 윤리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매출액을 보면 오직 3%만이 행동으로 옮긴다는 의미다. 윤리적 소비의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지지하더라도 신용카드 단말기 앞에서 행동으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은 태도, 의도, 행동의 과정을 거친다. 즉, 불매운동에 대한 태도를 토대로 행동의도가 형성되고 이것이 불매행동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불매운동에 대한 태도와 행동 의도가 실행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윤리적 행동의 결과에 대한 판단이다. 자신의 불매행동이 문제 해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불매운동을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있다. 둘째, 경제적 측면이다. 소비자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가격과 품질 등의 경제적 요인이다. 윤리적제품이라도 품질저하나 가격이 비쌈을 발견하면 구매전후의 심리적 불일치를 겪게 된다.

셋째, 구매 관성이다. 소비자들의 습관적인 구매는 소비패턴의 변화를 막는다.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 또는 제품에 대한 애호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쉽사리 바뀌기 어렵고 무의식적으로 그 쪽으로 손이 간다. 그래서 이들은 구매 후 “아차! 윤리적 구매를 해야 하는 걸 깜박했네!”하며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넷째, 상표전환 비용이다. 최근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른, 노노재팬 사이트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리스트를 제시하며 대체상품까지 알려준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대체상품으로의 전환비용은 매우 크다. 더욱이 지금 사용하는 제품에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상품에 대한 호기심도 아니고, 품질이 더 좋다고 추천하는 것도 아닌 상품을 윤리적 가치를 토대로 구매할 때 소비자들의 마음은 복잡할 것이다. 따라서 사용하던 제품과 계속 비교하면서 돌아갈까 말까를 고민하는 시험적 구매자가 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물론 불매운동을 촉진하는 요소도 있다. 먼저 사회규범 요인이다. 친구나 동료, 가족, 또는 사회분위기가 개인의 소비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팻말,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피케팅하는 시위자들, 심지어 '일본 여행가는 매국노 팔로우하는 계정'이라는 이름의 SNS에 이르기까지 사회분위기는 일본제품 불매행동을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최소한 자발적 불매운동은 아닐지라도 일본제품 구매를 두렵게 생각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둘째는 어떤 것이 일본제품인지 알려주어 불매행동을 하는데 있어 정보탐색비용을 줄여주는 것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리스트를 알려주는 노노재팬이 그 예다.


이같은 불매운동 촉진 요소와 저해요인을 포함해 다양한 요소들이 소비 의사결정에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소비의 본질도 고려해야 한다. 소비란 재화 및 서비스의 구매와 사용을 통해서, 생리적 욕구와 심리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행위이다. 사람들의 욕구와 욕망은 이성적으로 통제하거나 자제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욕구나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면 사람들은 육체적 불편 또는 심리적 불만족을 느끼게 된다.

한달 동안의 나의 소비를 돌이켜보면 바람직한 소비도 있고 후회되는 소비도 있다. 또 주변에 왜 저런 소비생활을 할까 걱정스러운 사람도 있다. 불매운동에 대한 생각과 행동도 다양하다. 불매운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들은 자신의 책임하에 소비생활을 한다. 개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낳는다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의 본질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사진=머니투데이DB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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