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우바이오, 턴어라운드 씨앗발아…수확 다가온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9.07.22 06:00
글자크기

[종목대해부]이병각 대표 "실적개선 시작, 하반기부터 가팔라질 것"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농업은 규모와 중요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곤 한다. 잠재력은 크지만 성장 속도가 더디고 전후방 산업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밥상을 책임지는 필수산업이긴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남짓이다 보니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상장사 가운데도 농업과 관련된 기업들이 많은데 대부분 PER(주가수익비율)이 낮다.

드라마틱한 실적개선이 쉽지 않고, 수출 비중도 낮아 외형성장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편견을 배제하고 들여보면 생각보다 좋은 기업들이 많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종자 회사로 성장하고 있는 농우바이오 (7,930원 ▲110 +1.41%)가 대표적이다.



◇1967년 씨앗상점에서 아시아 대표 종자회사로

농우바이오는 1967년 '전진상회'라는 씨앗상점에서 출발했다. 이후 '농우종묘'로 법인을 전환한 후 2000년 현 이름으로 사명을 바꿔 2002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3년 창업주인 고희선 명예회장 타계 후, 농협경제지주(57.91%)가 지분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액 1040억원 △영업이익 51억원 △순이익 286억원 등이었다.


농우바이오는 '종자주권'의 핵심기업이기도 하다. 세계 종자시장은 780억 달러규모(86조원)인데 이는 낸드플래시 반도체(645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일부 토마토 종자는 금값의 3배인 1㎏당 1억원을 넘기도 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간 한국이 지급한 종자 로열티는 590억원, 받아낸 로열티는 15억원에 불과했다. 청양고추는 외환위기 때 종자권리가 독일 바이엘에 넘어갔고 제주 감귤도 90%가 일본 품종이다. 사과와 배의 종자 자급률은 18%다.

농우바이오, 턴어라운드 씨앗발아…수확 다가온다


◇흔들리는 종자주권 지켜온 기간업체

농협이 2014년 2834억원(1주당 3만7526원)을 들여 농우바이오를 인수한 것도 '종자주권' 때문이었다. 지난해 한국의 종자 수출액은 4559만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55%인 2504만달러가 농우바이오에서 나왔다.

한국 종자시장은 1600억원 규모에 50곳 기업이 있으나 자체 육종시설과 연구능력을 가진 곳은 농우바이오, 동부팜한농, 사카다, 신젠타, 코레곤 등 5곳에 불과하다. 이들은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1위인 농우바이오 점유율은 26%인데 연구인력 비중 39%, 174명으로 국내 최고이며 품종보호등록도 157건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다. 매출은 종자(86%) 상토(14%) 등으로 구성된다.

상토는 모종을 가꾸는 온상에 쓰이는 흙인데 농우바이오의 품질은 최고다. 영양분이 많고 배수가 잘되면서도 물을 잘 머금는다.

농우바이오는 현재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 인도, 미얀마, 터키 등 6개국 현지법인을 거느리고 있으며 생명공학연구소를 비롯해 국내 3개, 해외 7개의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눌려온 주가, 반등 포인트 마련

위상은 상당하나 주식시장에서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2014년 농협 계열로 편입된 후 기대했던 시너지가 나오지 않았고, 돌발악재도 많았다.

중국 등 해외수출에서도 성과는 있지만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에는 미흡했다. 현 주가는 1만1000원 선으로 2013년 최고가인 3만2500원의 1/3 수준이다.

이병각 농우바이오 대표/사진제공=농우바이오이병각 농우바이오 대표/사진제공=농우바이오
그러나 전환점이 마련됐다. 올해 1월 이병각 대표가 취임하면서 더뎠던 해외사업에 속도가 부쩍 붙기 시작했고 인수합병(M&A)을 비롯한 국내외 신규사업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뿌려둔 씨앗의 수확은 늘어나고 신성장동력 파종이 더해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올해 연결기준 1200억원 매출액에 영업이익 90억원, 순이익 125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상반기에는 계획을 달성한 것 같고 하반기에는 목표를 소폭 증액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취임 후 가장 주력한 것은 조직과의 소통이다. 역량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하는 문제의 근본을 파악하기 위해 사무실 가운데 '通(통)'이라 쓰인 액자를 걸고 매일 현장을 돌았다.

그는 "지금까지는 한 명의 직원이 여러 나라나 지역을 담당하며 부하가 컸던 것이 문제라 판단했다"며 "앞으로는 이를 세분화하고 해외에서는 현지인력을 채용해 마케팅과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병각 대표 취임 후 빨라진 행보

영업망도 확장된다. 지난달 제주지점이 생겼고 충북에도 지점이 개설되면 전국 10개다. 제주에서 키우는 콜라비, 브로커리, 양배추, 파세리, 당근, 양파 등은 거의 수입종인데 이를 국산품종으로 육성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해외사업과 관련해서는 R&D(연구개발) 역량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미국법인은 중남미 할라피뇨 고추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 품질을 더욱 향상하기 위해 할라피뇨 R&D를 멕시코로 이전하고 현지 영업인력도 뽑기로 했다.

이 대표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칭다오 신공항 인근에 4만평 부지를 인수해 종자연구소를 열 예정"이라며 "올 하반기 준공해 내년부터 운영되고, 종자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는 산둥성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 공급이 부족했던 인도 연구소는 20㎞ 떨어진 고지대로 이전해 연중 연구가 가능하도록 했고, 터키는 규모를 키우고 하우스 작물도 커버해 유럽시장의 전진기지 기능을 강화하려는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1위 업체와 협약이 논의중이고 미얀마에서는 공급품종을 늘리려는 중이다. 중앙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타지키스탄 농림부와도 협의했다.

이 대표는 "연구소 규모로는 세계 어느 나라, 기업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성장중"이라며 "종자 고유의 유전자 기술이 유출되지 않는 범위에서 해외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종자수출, 올해 3000만 달러 넘길 듯

농우바이오의 종자 수출실적은 지난해 2504만달러에서 올해 3000만달러로 예상되고 내년에는 더욱 커진다.

주력인 중국시장은 당근과 무에 더해 단가가 높은 수박과 토마토 종자가 판매되기 시작했고 고추, 파프리카 등도 논의중이다. 중국 매출은 지난해 173억원에서 올해 243억원으로 커진다.

장기 성장동력은 충분해 보이나 단기 실적은 어떨까.

이 대표는 "바이오차(Bio-Char)와 상토 전문기업인 상림 인수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경영성과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바이오차는 목재를 300℃로 열분해해 반탄(숯처럼 탄소화)한 기능성 물질인데 미세한 구멍이 많아 수분보유, 통기성, 영양분 흡착, 양이온 치환, 유익 미생물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

◇바이오차, 상토사업, 유채종자 사업 '주목'

2년간 농촌진흥청에서 시험사용을 했는데 딸기를 재배해보니 뿌리가 활성화되고 수확량이 30% 이상 늘어 농가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병충해 저항력과 선도유지도 뛰어났다.

올해 바이오차 매출로 '100억원+α'가 예상되고 이익률도 좋아 보인다. 2017년 지분(90%)을 인수한 상림은 지난해 상토와 비료 각각 40억원, 38억원 매출을 올렸고 올해도 10~20% 성장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취약한 작물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시장 지배력을 올리기 위해 유럽의 우수 종자업체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며 "외형과 수익성이 개선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턴어라운드는 시작됐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9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5% 늘었고 2분기 실적은 더욱 좋은데 하반기에는 바이오차 매출이 더해진다.

◇주주환원 정책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듯

유채 종자와 관련한 가능성도 주목할 부분이다. 카놀라유의 원료이기도 한 유채는 세계적으로 4조원대 시장이 형성돼 있다. 고순도 카놀라유는 항공엔진 윤활유로 쓰이고 가정과 식품회사도 많이 쓴다.

이 대표는 "기술력 있는 기업과 손잡고 유채 종자를 재배해 해외에서 키운 후 수출하는 구조를 생각 중"이라며 "가을부터 시험생산에 들어가는데 성공한다면 기존 사업을 뛰어넘는 외형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 전 회사주식을 주당 1만3750원에 샀고, 추가매입도 생각중이다. 주주환원 정책은 계속 강화할 예정인데 시가배당률 3%를 넘는 차등배당(대주주 300원, 일반주주 350원)과 자사주매입 등도 논의 대상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