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 "전구 나갔으니 가맹해지"…美서브웨이 도넘은 갑질 왜?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7.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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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이야기]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 서브웨이
"야채 두껍다" 등 트집 가맹 해지
본사소속 감독원, 점포 빼앗기도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인싸Eat] "전구 나갔으니 가맹해지"…美서브웨이 도넘은 갑질 왜?
세계적인 샌드위치 업체 '서브웨이'가 갑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특정제품 사용을 강요하거나, 매장관리 명목으로 무리한 인테리어 공사 등을 요구하고, 이를 듣지 않는 경우엔 폐점 조치까지 가하는 소식이 종종 보도됐는데,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말 뉴욕타임스(NYT)는 '서브웨이가 너무 비대해졌다. 가맹점주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요약하면 본사 매장관리 직원들이 수명을 다한 전구 하나, 본사 규격에 안맞는 세제 사용 등 작은 것들을 이유로 부당한 가맹해지를 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북부의 한 번화가에서 20여년간 서브웨이를 운영해온 가맹점주 마노지 트리파티씨는 자신이 서브웨이 본사에 미움을 사서 보복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할 정도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발단은 2017년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브웨이 측은 이때부터 갑자기 매장관리 및 검사 목적으로 매달 지역매니저를 매장에 파견해 흠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예컨대 유리문에 지문이 묻어있다거나, 화장실에 본사 지정제품이 아닌 다른 비누가 비치돼 있다는 식이었습니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재료가 너무 두껍게 썰렸다는 핀잔도 들었습니다. 벌점이 쌓이면 본사는 가맹해지를 통보하고 가게를 접수할 수 있었기에 불안감은 날로 커져갔습니다.

같은해 9월, 본사 직원은 트리파티씨의 매장에서 전구 하나가 나가 교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리파티씨는 바로 인근 마트에 가서 전구를 사 교체했지만 벌점으로 기록됐고, 1년 뒤 그는 결국 가맹해지 통보를 받고 멀쩡한 가게를 뺏겨야만 했습니다.

NYT는 당시 매장 관리를 담당했던 직원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레베카 허슬러라는 이름의 이 매니저는 신문에 본사의 지시로 일부러 트집을 잡은 것이 맞다고 실토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그 사람들을 망치는 일을 부여 받았다. 한마디로 암살자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사례는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한국에서도 한 서브웨이 가맹점주가 부당하게 벌점이 누적돼 가맹해지를 당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을 넣기도 했습니다. 지적 대상이 된 것은 냉장고 위의 먼지, 재료 부족, 본사 지정제품 아닌 국내 세제 사용 등이었습니다. 특히 본사는 불만이 있으면 미국 중재위원회에 직접 와서 소명하라고 해 가맹점주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서브웨이는 왜 이런 갑질을 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서브웨이는 지난해 기준 전세계에 4만240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 업체입니다. 맥도날드(약 3만6500여개)나 스타벅스(약 2만9300여개)도 뛰어넘는 압도적 숫자입니다. 서브웨이는 미국에만 2만4000여개의 점포를 운영 중입니다.

서브웨이가 이렇게 점포를 빠르게, 많이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직영이나 전문업체에게 운영을 맡기는 비중이 높은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와는 달리, 대부분 개인에게 가맹점을 내줬기 때문입니다.

서브웨이를 미국에서 창업하는 데 드는 초기비용은 단돈 1만5000달러로, 맥도날드의 4만5000달러보다도 저렴합니다. 대신 서브웨이는 점포가 올리는 매출의 8%가량의 높은 수수료를 요구합니다. 이같은 시스템은 지난 반세기 동안 매우 잘 운영돼 왔습니다. 서브웨이의 기업가치는 123억달러까지 치솟았고,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이민자에게는 성공의 발판으로 여겨지기까지 했습니다.

문제는 2015년부터 불거졌습니다. 서브웨이 창업자인 프레드 델루카가 사망하면서 경영권 혼란이 빚어졌고, 일부 경영진이 아동 성범죄에 연루돼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등 회사가 휘청였습니다. 이때를 무렵으로 퀴즈노스 같은 라이벌 샌드위치 업체들도 크게 성장하면서 서브웨이의 아성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윤이 줄어들자 자리를 물려받은 델루카의 여동생은 이듬해부터 회사의 몸집 관리에 돌입했고, 이때 처음으로 폐점 수가 신규점 수를 넘어섰습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정리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앞서 소개한 트리파티씨의 가게처럼 수익이 잘 나오는 점포도 이러한 정책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서브웨이는 미국을 100여개 지역으로 나눠서 관리합니다. 지역마다 사무소가 있고 여기에 소속된 직원들은 스스로가 서브웨이 점포를 운영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매니저이자 점주이기도 한 직원이 다른 가맹점주의 가게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부 직원들이 멀쩡히 운영중인 다른 가게를 트집잡아 본인 가게의 경쟁자를 제거하거나, 잘되는 가게를 인수해서 자신의 주머니를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이 점포를 소유해야 점주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정책으로 운영한 것이지만 업황이 악화되자 부메랑이 되어 버렸습니다.

2017년에는 이같은 문제가 공론화돼 소송까지 벌어졌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서브웨이 매장 3곳 중 2곳이 서브웨이 매니저가 소유한 점포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들은 기존에 다른 점주들이 멀쩡히 운영하던 점포를 뺏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서브웨이가 점포간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거리를 두고 가맹점을 내주는 '거리 제한 기준' 등도 적용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확장에만 매진한 것도 이러한 사태를 초래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브웨이의 창업자 델루카가 자신의 꿈인 미국 내 5만개 점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입니다.

또다른 문제는 서브웨이가 비상장사여서 오너일가에 의해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회사의 실적과 자금 흐름 추적도 맥도날드 같은 업체들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NYT는 프렌차이즈 업체와의 계약내용을 명시하는 600페이지에 달하는 약관에도 '특정 상황이나 조건에 의해 프랜차이즈 계약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명시해놨다고 지적했습니다. 포브스는 "서브웨이가 스스로를 잡아먹기 시작했다"고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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