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삼수생 일냈다" 브릿지바이오 1.5조 기술수출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19.07.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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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베링거인겔하임에 폐섬유증 치료제 기술이전...26년 바이오 노하우·독특한 사업모델로 성공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 / 사진제공=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 / 사진제공=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설립 4년 된 바이오벤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가 1조4600억원 규모 신약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앞서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술성 평가에서 두 번이나 탈락했던 브릿지바이오가 기술수출로 기술력 등 기업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 바이오업계 최대규모 기술수출 성과= 브릿지바이오는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특발성 폐섬유증(IPF) 신약후보물질 'BBT-877'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계약규모는 최대 11억4500만유로(약 1조5183억원)다. 이중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과 단기 마일스톤은 4500만유로(약 600억원)다. 상업화 이후 신약 매출액의 최대 두 자릿수 로열티(경기술료)도 따로 받는다.

BBT-877은 자가면역질환, 종양 등 다양한 질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표적 단백질 '오토택신' 활성을 저해해 특발성 폐섬유증을 치료하는 물질이다. 현재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앞으로 1년 이내에 임상 2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 NRDO 사업모델 성공 가능성 입증=직원 18명의 작은 바이오 벤처기업인 브릿지바이오가 이번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은 독특한 사업모델 덕분이다.

브릿지바이오는 2015년 설립 초기부터 NRDO(개발 중심 바이오벤처) 사업모델을 적용했다. NRDO는 성공 가능성이 큰 신약후보물질을 사들여 임상 등 개발만을 수행하고, 이를 다시 대형 제약사에 파는 것을 뜻한다. 큰 틀에선 외부에서 기술을 사들여 연구개발을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범주에 속하지만 연구과정에서 위험요소를 덜어내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번에 기술수출한 BBT-877도 브릿지바이오가 레고켐바이오 (66,200원 ▼2,000 -2.93%)사이언스로부터 사들인 물질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가 NRDO 모델을 선택한 것은 26년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일하면서 신약후보물질 시장성 평가 능력과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키웠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997년 LG화학이 스미스클라인비참에 '팩티브'를 기술수출할 당시 실무를 담당했다. 2000년 크리스탈지노믹스를 공동창업했고, 2008년 렉스바이오를 설립했다. 사업을 중단한 이후, 그는 제약사 사업 자문을 시작했다. 국내 기업과 다국적 제약사 간의 기술수출을 성공시키며 노하우를 쌓았다.

◇이정규 대표 "올해 코스닥 상장 재추진"= 브릿지바이오는 BBT-877 외에도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BBT-401', 폐암 치료제 'BBT-176' 등을 개발 중이다. 미국 2상 진행 중인 'BBT-401'은 지난해 대웅제약에 기술이전됐다. BBT-176은 내년에 임상 1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브릿지바이오는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고배를 마셨다. NRDO라는 사업모델이 생소한 탓이었다. 회사는 올해 연구사업 영역을 추가하고 재도전했으나 또다시 탈락했다. 이 대표는 "주관사와 계속해서 협의하며 상장 재도전을 준비 중"이라며 "철저하게 준비해서 상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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