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대표 "1.5조 기술수출로 K-바이오 저력 입증"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19.07.18 14:14
글자크기

베링거인겔하임에 폐섬유증 치료제 수출...바이오 창업만 삼세판만에 잭팟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사진=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사진=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해외에는 바이오벤처들이 1조원대 기술수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기술수출을 계기로 한국 바이오벤처들과 바이오 기술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국내 바이오 벤처업계 최대규모인 1조4600억원대 기술수출에 성공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는 18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브릿지바이오는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특발성 폐섬유증(IPF) 신약 후보물질 'BBT-877'을 기술수출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규모는 최대 11억4500만유로(약 1조5183억원)로, 이중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과 단기 마일스톤은 4500만유로(약 600억원)다.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경상기술료)는 따로 있다.



이번 기술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된 끝에 이뤄졌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BBT-877의 미국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제출을 전후로 여러 회사와 접촉했고, 올해 1월 JP모건 헬스케어컨퍼런스에서 20여곳과 기술수출을 위한 미팅을 했다.

이 대표는 "베링거인겔하임은 특발성 폐섬유증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했고, BBT-877에 관심을 보였다"며 "그 결과 기술수출 계약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해외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대 화학과에서 석사를 받은 이 대표는 1993년 LG화학에 입사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이 대표는 1997년 LG화학이 스미스클라인비참에 '팩티브'를 기술수출할 당시 실무를 담당하며 연구, 사업화, 기술수출 전략 등을 익혔다.


이 대표는 2000년 크리스탈 (3,625원 ▼35 -0.96%)지노믹스를 조중명 대표와 공동 창업했다. 자신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2008년 렉스바이오를 설립하고 췌장암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당시 투자유치에 실패하면서 사업을 중단하는 쓴맛을 봤다.

그는 이후 여러 벤처기업과 제약사에 경영자문을 하며 사업 감각을 키웠다. 이 대표가 경영자문을 맡은 바이오 기업 올리패스는 2014년 다국적 제약사 BMS에 신약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2015년 한국화학연구원과 박석희 성균관대학교 교수팀이 발굴한 궤양성 대장염 신약후보물질 'BBT-401'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평가한 이 대표는 그해 9월 BBT-401을 사들이면서 브릿지바이오를 설립했다.

이 대표는 브릿지바이오 설립 초기부터 NRDO(개발 중심 바이오벤처)라는 사업 모델을 적용했다. NRDO는 성공 가능성이 큰 신약후보물질을 사들여 임상 등 개발만을 수행하고, 이를 다시 대형 제약사에 파는 독특한 사업모델이다. NRDO는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는 낯선 개념이었지만, 이 대표는 26년간 쌓은 신약후보물질 시장성 평가 능력과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신약후보물질들을 원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희귀의약품이나 치료제가 없는 질병의 신약후보물질을 사들였다. 렉스바이오 실패를 거울삼아 투자유치에도 힘쓴 결과 6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BBT-877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은 우선 레고켐바이오 (74,100원 ▼1,900 -2.50%)로부터 좋은 물질을 샀기 때문"이라며 "또 자금을 넉넉하게 확보한 덕분에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BBT-401과 폐암 신약후보물질 'BBT-176'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다른 신약후보물질들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