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행 대신 국내여행? "차라리 동남아 갑니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07.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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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여행 수요 하락세에 대체여행지인 국내여행 활성화 기대…높은 성수기 여행물가·소비자 불신이 발목

지난해 강원도 고성군 송지호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DB지난해 강원도 고성군 송지호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DB


#직장인 심모씨(28)는 올 여름 짧은 휴가를 맞아 일본과 제주도 여행을 고민했지만 결국 목적지로 동남아를 골랐다. 요즘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보다 국내여행이 낫지만 아무래도 매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에서다. 심씨는 "국내여행이 쉽고 편하지만 비용을 고려하면 동남아가 저렴해 만족도가 높다"며 "바가지 요금으로 기분 상하느니 차라리 해외경험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보복성 경제제재 조치에 맞선 '일본여행 보이콧' 분위기가 뜨겁다. 최고 인기여행지인 일본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국내여행 반사이익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국내여행이 일본여행 수요를 대체하려면 높은 소비자 불신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은 386만37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와 강제징용 배상판결(10월), 초계기 분쟁(12월) 등 정치갈등에 따른 기저효과다.



올 하반기는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무역갈등 장기화 조짐에 일본여행 불매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서다. 실제 최근 주요 여행사들의 일본노선 신규 예약이 반토막났고, 회원수 13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일본여행 커뮤니티도 문을 닫았다.

이처럼 일본여행 수요 하락세가 보이면서 국내여행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흘러 나온다. 물리적 거리나 콘텐츠 측면에서 관광성격이 비슷한 만큼, 매년 700만 명에 달하는 일본 여행수요가 국내로 향한다면 효과가 클 것이란 예측에서다. 이에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 여름 휴가지로 일본 대신 경기도를 추천한다"며 국내여행을 제안하기도 했다.
휴가철 해외여행을 나서는 인원으로 붐비는 인천공항의 모습. /사진=머니투데이DB휴가철 해외여행을 나서는 인원으로 붐비는 인천공항의 모습. /사진=머니투데이DB
하지만 매년 뜨거워지는 해외여행 선호와 달리 국내여행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하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 1005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을 조사한 결과 국내여행을 고려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69.8%에 불과했다. 지난해(82%)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반면 해외로 떠나겠다고 대답한 비율은 21%로 전년(12.2%)보다 상승했다.

이번 일본여행 불매로 인한 반사이익 역시 국내보다 해외여행지로 향하는 모습이다. 트립닷컴이 한일갈등이 본격화된 지난 4일부터 일주일 간 예약이 급증한 여행지를 분석한 결과 제주도가 15% 상승한 반면, 말레이시아와 호주가 각각 전주 대비 23%, 21% 상승했다.


이는 국내 여행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낮기 때문이다. 특히 휴가철 높은 여행물가에 대한 불만이 높다. 통계청의 지난해 8월 소비자 물가를 살펴보면 콘도이용료와 국내단체여행비가 전월 대비 각각 18.2%, 7.3%나 오르는 등 성수기 여행 관련 물가 상승폭이 유독 크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국내여행 피해 구제 사례도 해마다 증가하는 등 여행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최근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 등 정부와 지자체가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여행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며 "일본여행 수요감소가 국내여행을 통한 소비진작 등의 효과의 기회인 만큼, 바가지 요금 등 여행편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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