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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화이트리스트 제외' 핵심은…"경제보복 가능성 상시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07.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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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입맛에 휘둘리는 경제종속 심화 우려…국제분업 의존해온 韓경제 민낯 노출





"일본이 한국을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경제보복 가능성이 상시화된다는 점이다."

일본이 지난 4일부터 시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제외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국내 주력 수출산업이 일본에 휘둘리는 경제종속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핵심 기반 기술 분야에서 국제 분업 구조에 의존해온 우리 경제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이 이르면 다음달 중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첨단소재와 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800~1100개 품목에서 일본산 소재 수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분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작기계, 전자부품, 차량용 전지, 통신기기, 탄소섬유, 화학약품 등이 폭넓게 거론된다.



화이트리스트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관장하는 전략물자 수출에서 물품이나 기술의 민감도에 따라 수출허가 심사에서 해당국을 우대하는 제도다. 화이트리스트 국가는 포괄허가를 한번 받으면 원칙적으로 3년 동안 같은 목적지와 물품 조합 계약에 대해 다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심사절차를 줄여 자국 기업의 수출납기를 단축하도록 지원하는 목적이 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27개국이 일본 정부가 지정한 화이트리스트 대상국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됐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다고 해서 수출이 당장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 오른 지도 15년밖에 안 됐다. 2004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되기 전에도 양국간 수출절차는 무리없이 진행됐다. 2004년 이후 국내에서 일본산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더 많이 수입하게 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이나 대만 역시 개별 건마다 한달에서 한달반 정도 걸리는 허가 심사를 거쳐 일본의 수출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받는다. 화이트리스트가 경제적 혜택이라기보다는 우방국에 대한 외교적 우대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국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들고 나온 일본 정부의 노림수다. 일본 정부가 마음먹으면 언제든 금수조치 수준의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절차가 강화되거나 통관이 지연되는 수준의 문제라면 큰 문제가 안 된다"며 "가장 큰 걱정은 정치외교 상황에 따라 갑자기 소재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정치외교적 갈등으로 일본이 경제보복을 감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일 양국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달러를 쉽고 빠르게 빌리기 위해 2001년 체결한 통화스와프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의 문제로 끊겼다.

업계 안팎에서 공급처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자성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일 경제종속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일본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재계 인사는 "단기 현안에 급급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이런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이 탈일본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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