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능선 넘은 첨생법… K-바이오 '가속페달' 밟는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민승기 기자 2019.07.3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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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만에 국회 법사위 통과...희귀질환자·기업 개발 활동에 긍정적

(왼쪽부터)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법사위는 이날 '첨단재생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왼쪽부터)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법사위는 이날 '첨단재생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첨생법)'이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제화까지 '9부 능선'을 넘었다.



2016년 첫 발의 후 3년간 논의 과정을 거친 첨생법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실현되는 듯했다.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태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해왔다.

◇유럽은 2007년 제정, 한국도 '속도전' 가세 = 첨생법은 재생의료에 관한 임상연구 진행 시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심사기준을 완화해 맞춤형 심사, 우선심사, 조건부 허가 등을 가능하도록 한다. 신약 출시까지 속도를 단축하는 지원법이다.



기존 약사법·생명윤리법·혈액관리법 등으로 분류된 기존 바이오의약품 규제를 하나로 묶었다. 법안이 시행되면 희귀질환 또는 난치질환에 사용되는 혁신 바이오의약품 심사가 빨라진다. 허가 자료를 미리 제출받아 단계별로 사전 심사하는 맞춤형 심사도 가능하다.

임상 2상만으로 우선 의약품을 허가해주는 '조건부 허가'도 활성화 된다. 제약사는 물론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고생하던 희귀질환자들에게도 희소식이다.

병원에서 증식·배양한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시술할 수도 있게 된다. 그동안 증식·배양을 한 세포는 치료제로 규정돼 의사가 임의로 시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임상연구' 목적이라면 가능해진다. 연구대상자는 희귀·난치질환 대상이다.


앞서 유럽과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은 2007년과 2014년, 2016년 유사 법률을 제정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도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업계 일제히 환영, '제2 인보사' 방지가 관건 = 제약·바이오업계는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오랜 기간 논의가 이뤄졌던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게 됐다"며 "국가 주력산업인 바이오의약품 진흥과 보다 체계적인 안전 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 기업들의 기대가 남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줄기세포 분야는 규제가 특히 강한 편이었는데 첨생법이 시행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주력해온 차바이오텍이 우선 주목받는다. 국내 바이오 기업 중 줄기세포 치료제 파이프라인이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아닌 까다롭고 기술구현이 어려운 배아줄기세포에 집중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 개발 기업이며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GMP) 시설을 보유한 메디포스트, 알코올성 간경변 치료제를 개발 중인 파미셀도 관련 기업으로 분류된다.

자가 혈액 유래 NK세포를 활용한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엔케이맥스도 있다. NK세포는 환자 체내 활성화 능력과 암세포 살상능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제2 '인보사' 사태를 불러올 거라는 걱정이다. 유재길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첨단재생의료법은 임상시험이 다 끝나지 않은 약을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게 하는 '악법'"이라며 "얼마나 더 많은 '제2 인보사' 피해자가 나와야 한다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연구개발에 가장 중요한 건 환자 안전"이라며 "기업들이 무엇보다 이 부분에 무게를 두고 연구활동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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