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中 선전·상하이·베이징 사무실 빈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7.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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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공유오피스 유행 등으로 기존 A급 사무실 수요 감소…선전, 2분기 공실률 16.6% 사상 최고

중국 선전의 핑안국제금융센터/바이두 캡처. 중국 선전의 핑안국제금융센터/바이두 캡처.


선전,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최고 도시들의 사무실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하강과, 공유 오피스 확산, 스타트업 시장 냉각 등 여러 요인들이 겹치면서다. 중국 경제의 성장성 보고 뛰어들었던 비전문 부동산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부동산컨설팅업체 CBRE의 통계 등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의 A급 사무실 공실률은 지난 2분기 사상 최고치인 16.6%를 기록했다. 1분기에 15%를 기록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스타트업들이 공유오피스를 선택하면서 크게 올랐다. 텐센트홀딩스, ZTE, 드론업체인 DJI 등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기업들이 몰려 있는 선전시 난산구는 2분기 공실률이 20.3%까지 치솟았다. 선전시의 A급 사무실의 공실 면적 역시 사상 최고치다. 179만㎡로 홍콩의 랜드마크 건물인 홍콩 IFC 타워의 10배에 해당한다. 또 공실 면적의 절반이 난산구에 위치해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공유사무실 유행 외에도 P2P(개인간) 대출업자, 무면허 자산관리업체, 메자닌 금융업자 및 기타 형태의 비제도권 금융 서비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단속도 이들 회사들의 상당수를 A급 사무실에서 나가게 만들었다고 SCMP는 전했다.

선전에 있는 핑안보험의 대표적인 자산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빌딩인 핑안국제금융센터가 단적인 예다. 건설에 약 15억 달러(1조7709억원)가 투입된 이 110층짜리 타워는 2분기 현재 28%가 비어 있다. 한 세입자는 10층 사무실 공간을 자산운용사와 P2P 대출업체들에게 재임대 했었지만 이들이 이사한 후 사무실을 채우지 못했다.



CBRE에서 중국 남부 사무실들에 대한 자문 및 거래 서비스를 책임자고 있는 이반 칭은 "무역전쟁이 투자자와 기업들에게 가장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확장 계획을 보류했다"면서 "일부 중소기업, 특히 자산운용사가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선전시의 부동산 품에 편승해 부동산 개발업체 뛰어들었던 비전문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E-하우스 중국 R&D 연구소의 옌웨진 연구실장은 "다른 산업의 현금이 풍부한 일부 기업들이 큰 수익을 기대하며 부동산 분야에 맹목적으로 진출했다"면서 "부동산 업계의 상품과 룰에 익숙하지 않고, 빠른 대책 마련도 어려워 이들이 시장 침체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선전의 새 오피스 타워를 개발한 업체 15곳 중 4곳만이 주요 개발업체들이다. 나머지 다수는 소규모 건설업체와 제조업, 의료, 물류, 소매 분야의 투자 회사 또는 대기업이다.

다른 중국 대도시들에서도 사무실 공급 과잉 현상이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콜리어스의 자료에 따르면, 베이징의 A급 사무실의 공실률은 8년 만에 최고치인 11.5%까지 상승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사모펀드이 기술 분야 투자가 계속 부진한데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6.2%로 통계 발표가 시작된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도 전망도 불투명해 베이징의 공실률은 올해말 15.1%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콜리어스의 중국 북부 담당 전무이사인 찰스 옌은 "기술 스타트업에 의한 수요는 이 분야의 투자 열풍이 식으면서 함께 냉각됐다"고 말했다.


CBRE 자료에 따르면 중국 최대 경제도시를 불리는 상하이도 A급 사무소의 공실률이 상반기 중 4.4%포인트 상승해, 2분기 말 현재 18%를 기록했다. 이는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1년 전의 20%에 불과한 14만㎡ 새 사무실 공간만이 입주자를 찾았다.

소호차이나가 회사 역사상 20여년만에 가장 큰 규모인 78억 위안(1조3376억 원)어치의 사무용 자산을 매각하는 등 사무실 공급 과잉은 이미 일부 발빠른 사업자들이 기존 사업을 일시 중단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소호 사무용 건물들로 잘 알려진 이 회사는 지난 6월28일 중국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만 2만㎡의 사무실 공간을 시장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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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의 창업자이나 이사회 의장인 판스이는 판매 계획을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소호의 투자 자산은 현재 너무 크고 사무실 자산에 집중돼 있다"면서 "우리 자산의 수익률이 3%로, 4%인 은행 대출 비용에도 미치지 못해 앞으로는 임대수익형 부동산을 사지 않고, 부지를 개발해 부동산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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