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脫(탈)일본' 시동…日 업체도 타격 불가피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19.07.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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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수소 선택지 시간 지날수록 늘 듯…日 언론 "한국 업체 이탈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밤 일본의 수출규제 해법 모색을 위한 5박6일간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밤 일본의 수출규제 해법 모색을 위한 5박6일간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산 불화수소(에칭가스)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공장 단속까지 나서자 더 이상 일본 업체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脫(탈)일본' 전략은 불화가스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들에게도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삼성전자가 새로운 재료를 테스트할 때 사용하는 반도체 생산라인에 일본 기업 이외의 회사가 만든 불화수소를 투입해 시험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나 대만, 한국 업체의 제품으로 추정된다"며 "한국 반도체 업계의 '일본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외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번에 시험한 불화수소는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방훠그룹(浜化集団) 제품으로 보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국내 불화수소 제조사인 솔브레인 등의 제품도 테스트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국산 불화수소를 이번에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다"며 "제조공정 일부에서 국산 불화수소를 제한적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공정 확대 적용 여부를 시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도 최근 한국 정부에 불화수소 공급 의사를 전달했다. 실제 공정 적용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공장까지 들여다보는 점에 비춰볼 때 이른바 '엔드 유저'(end user)까지 단속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국산 불화수소를 이미 테스트 중인 가운데 중국과 대만, 러시아 등에서 제품을 공급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생산하는 불화수소 수입국 1위(86%)는 한국이다. 삼성전자가 일본산 불화수소에 시동을 건 만큼 일본 업체는 '최대 고객'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탈일본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올 초 말한 '진짜 실력'에 기대를 걸 만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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