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김준기, 눈 벌겋고 짐승 같았다"

머니투데이 류원혜 인턴기자 2019.07.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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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가사도우미 "합의된 성관계? 목숨 걸고 아니다"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75) / 사진제공=뉴시스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75) / 사진제공=뉴시스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75)이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피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가사도우미 A씨는 당시 김 전 회장이 "짐승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2016년 김 전 회장의 별장에서 일했던 A씨는 17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해 김 전 회장을 고소하고 1년 후 제보한 이유에 "고소해도 진전이 없어서 언론에 알렸다"고 답했다.

A씨는 "(김 전 회장의) 옷을 입혀준다거나 약을 챙겨줄 때 이상하다는 걸 느껴 관리자에게 말했지만 '회장님이 서민적이고 장난을 좋아할 뿐이지 나쁜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며 "외국에서 돌아올 때 음란물 비디오를 갖고 들어오면서부터 노골적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회사 안 가는 날에는 거실에서 TV로 음란물을 시청했고 처음에는 A씨에게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하지만 약 한달 후부터 음란물을 볼 때 A씨에게 옆에 앉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는 "처음에는 안 앉았지만 거절하기 어려워 앉았다. 일어나려고 하면 잡아 앉히고, 또 앉히고 (성폭행까지 이어졌다)"면서 "형편이 너무 안 좋고 애들 둘 다 학교에 다니고 있어 (참고 일했다)"고 밝혔다.

A씨는 김 전 회장이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지른 뒤 2주 정도는 신사처럼 굴었다고 했다. A씨는 "내가 당하고도 가만히 있으니까 바보로 생각하는 것 같아 녹음기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면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녹음파일에는 김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나 안 늙었지? 나이 먹고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지.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A씨가 "하지 마라. 뭘 가만히 있느냐"고 저항하는 음성이 담겨있었다. A씨는 이 녹음파일은 1년간 당했던 성폭행의 1만분의 1도 녹음이 안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당장 그만둘 수 없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던 차에 결국 일을 그만둔 계기를 밝혔다. A씨는 "김 전 회장이 주방으로 와서 잠깐 오라고 했다. 눈이 벌겋고 짐승처럼 보였다"면서 "나도 모르게 '고소한다. 당장 그만둘 테니까 내 몸에 손도 대지 말라'면서 밀치고 소리 질렀다"고 말했다.

이에 놀란 김 전 회장은 물러났지만 A씨는 "그 사람들을 상대로 어떻게 신고하느냐"며 당시 신고하지 못했다. 이후 A씨는 관리인에게 일을 그만둔다고 했더니 "1000만원을 줄 테니 조용히 나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돈을 받지 않았지만 2~3일 후에 함구하는 조건으로 2200만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지난해 김 전 회장의 비서가 성추행으로 고소하는 걸 보고 용기내서 고소했다면서 "(최근) 김 전 회장 측이 합의하자고 변호사를 통해 연락이 왔다. 나는 돈도 필요 없고 합의 없이 무조건 구속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A씨는 김 전 회장 측의 "합의하에 성관계 했다"는 주장에 "목숨 걸고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5일 "A씨가 김 전 회장을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지난해 1월 고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부터 1년간 김 전 회장의 남양주 별장에서 일하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김 전 회장은 미국에서 체류 중이다.

이에 앞서 김 전 회장은 2017년 9월에도 30대 여성 비서 B씨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소인은 그해 2월부터 7월까지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상습적으로 만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스마트폰에 담긴 영상과 녹취물 등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B씨는 2014년 초부터 2017년 7월까지 동부에서 근무했다.

김 전 회장은 여비서 상습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진 지 2일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경찰은 비서 성추행 사건과 가사도우미 성폭력 사건을 모두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기소중지는 피의자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수사를 마칠 수 없을 때, 수사를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김 전 회장이 2017년 7월 간과 심장, 신장 등 질병 치료차 미국으로 떠난 이후 귀국하지 않고 있어서다. 기소 중지는 피의자 신병이 확보되면 수사를 재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전 회장에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행방을 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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