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바이오 투자, 험난한 여정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9.07.18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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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2015년 한미약품이 8조원대 글로벌 라이선싱아웃(기술수출)에 성공했을 때 제약·바이오산업 앞에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믿었다.

불과 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 일부가 총액이 축소되는 쪽으로 바뀌고 일부는 아예 반환됐다.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는 끝을 가늠하기 힘들다. ‘꽃길…’은 이제 먼 나라 얘기다.



그런데 얼마 전 사람들은 또하나의 돌발변수에 직면했다. 시가총액 3조원대에 이르는 신라젠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다. 한 임원이 보유주식을 전량 매도하면서 글로벌 간암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3상 실패설이 고개를 들었다. 3상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무용성평가 발표가 임박한 시점이어서다. 소식이 알려진 지난 9일 신라젠 시가총액 3738억원이 증발했다.

해당 임원은 2017년 6월과 2018년 3월 행사가가 각각 3500원, 4500원인 스톡옵션 7만5000주, 5만2777주를 행사했다. 당시 주가는 각각 2만2950원, 10만7100원. 이 임원은 기존 보유한 주식을 포함해 16만7777주를 모두 팔았다. 모두 88억원어치인데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최고세율(38%)이 적용돼 세금과 이자를 내고 수중에 10억원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400명 넘는 주주가 해당 임원의 파면을 회사에 공식 요청했다. 주주들은 ‘스톡옵션 행사’는 주가를 고점으로 판단해 팔기 위한 사전 행동이었으며 최근 매도는 주가가 더 떨어지면 세금과 이자마저 감당하지 못할 것이란 걱정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 임원이 회사의 미래가치를 ‘딱 거기’까지만 봤다고 간주한 것이다. 이 임원은 추가 주가 하락을 걱정하면서도 공시가 나간 다음날 홈페이지에 임상에 문제가 없다는 공지를 띄웠다.

그는 아직 30만주 넘는 스톡옵션을 보유 중이다. 신라젠 내에서도 격앙된 분위기지만 수십억 원의 돈을 벌 기회를 버리고 회사를 그만둘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강요에 못 이겨 사직해도 스톡옵션 권리는 유지된다고 한다.

이번 일은 돈(스톡옵션)으로 인재를 살 때부터 이 정도 파동은 각오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바이오가 꿈을 먹고 사는 산업이라지만 사실 이 ‘꿈’조차 냉엄한 자본의 힘에서 비롯됐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은 덤이다. 투자 체크포인트 하나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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