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 무기한 연기에 암호화폐 관련주 줄하락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9.07.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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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암호화폐 규제 본격화? "당장 주가 하락 불가피"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의 발행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자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의 가격도 하락했다. 주요 국가가 리브라에 대한 압력을 가하면서 암호화폐 시장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암호화폐 관련주들 역시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7일 오전 10시 50분 SCI평가정보 (2,990원 ▼95 -3.08%)는 전 거래일보다 90원(3.86%) 하락한 2240원에 거래 중이다. 비덴트 (3,320원 ▼60 -1.78%), 옴니텔 (1,210원 ▼41 -3.28%) 등 암호화폐 관련주들 대부분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의 발행 계획을 미룬 탓이다. 별자리 가운데 하나인 천칭자리를 뜻하는 리브라는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칼리브라(Calibra)라는 전자지갑을 통해 결제나 송금 등에 활용될 예정이었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CNBC는 데이비드 마커스 캘리브라(페이스북의 가상화폐 자회사) 대표가 '규제 우려가 해소되고 적절한 승인을 받을 때까지 리브라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미 상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마커스 대표는 입장문에서 "(리브라는) 기존 통화와 경쟁할 생각도, 통화정책 수립에 나설 의향도 없다"며 "통화정책은 앞으로도 정부와 중앙은행이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현지 시각) 열린 리브라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안 마련의 목소리가 강조됐다. 외신에 따르면 마커스 대표는 “암호화폐 규제에 찬성하고, 각국 정부와 시장의 어떤 규제라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상원 은행서비스위원회의 마이크 크래포 위원장은 청문회 직후 인터뷰를 통해 “포괄적인 암호화폐 규제법의 필요성이 재확인됐다”면서 “은행과 마찬가지로 거대 IT 기업들도 시민의 신뢰를 받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외에도 프랑스 등은 규제가 정립되기 전까지 페이스북이 리브라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암호화폐 가격도 줄하락했다. 리브라에 대한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가 끝날 무렵 비트코인 가격은 9590달러로 11% 이상 떨어졌다. 비트코인이 1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주 만에 처음이다. 알트코인 가격들도 급락했다. 이는 페이스북의 리브라에 대해 각국 정부가 압력을 가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까지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 때문으로 읽힌다.

국내 암호화폐 관련주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리브라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하던 주가는 이달 중순 들어서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브라가 상용화될 경우 관련주들에 큰 수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 같은 기대감은 당분간 접어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리브라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던 만큼 이는 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제도권 안으로 암호화폐가 편입되는 과정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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