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를 비롯한 교인단체원 및 교인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성교회 불법세습 재심에 대한 총회 재판국의 바른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명성교회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다. 설립자인 김삼환 목사가 2017년 11월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겨준 것을 두고 명성교회는 '정당한 승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 측은 이 청빙(목사를 구하는 행위)이 '부당한 세습'이라는 입장이다.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은 2017년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줬지만 개신교 시민단체들이 재심을 청구해 지난 16일 재심 심리를 열었다. 그러나 재심 심리에서 예장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8월5일로 결정을 미뤘다. 신도 10만명의 대형교회와 척을 질 수도 없고 세습을 비판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어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명성교회 측은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 청빙이 세습이 아니라 승계라고 주장한다. 세습은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는 것을 말하고 승계는 단순히 선임자의 뒤를 이어받는 것을 뜻한다. 세습은 승계 중에서도 가족간 승계를 뜻한다는 점에서 김하나 목사 청빙은 승계 중에서도 세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명성교회 측은 김삼환 목사가 2015년 정년퇴임 후 2년이 지난 뒤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기 때문에 세습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예장이 제정한 세습금지법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데 김삼환 목사는 '은퇴한' 목사이지 '은퇴하는 목사'가 아니라는 것이 명성교회 측의 설명이다. 2017년 예장 재판국도 명성교회의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가 17일 오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의 대북 식량지원 관련 의견수렴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게다가 김삼환·김하나 부자(父子)가 평소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터라 논란은 더 거세졌다. 김하나 목사는 교회 세습 금지를 '시대적 요구'라고 말한 적도 있다. 명성교회의 '정당한 승계' 주장이 '꼼수'라고 공격받는 이유다.
◇명성교회는 어떤 곳? '10만 신도, 연간 400억 헌금' 초대형 교회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는 1980년 김삼환 목사가 설립했다. 작은 상가건물에서 시작한 명성교회는 등록 교인만 1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연간 헌금도 400억원에 육박한다. 김삼환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장을 지내고 2016~2018년 숭실대학교 이사장을 역임한 교계 유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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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형교회의 권력이 지난 16일 재심에 부담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명성교회는 이미 세습금지법 폐지를 오는 9월 열리는 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뒀다. 김 목사 부자의 위법성 문제가 '세습금지법 폐지' 논쟁으로 덮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명성교회/사진=명성교회
이들은 "오늘의 결정은 곧 총회 재판국이 불법이라고 자처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세습이든 대물림이든 승계든지 간에 한 가족이 대를 이어 교회를 사유화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