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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4DX 상영관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오다

임수연 (‘씨네 21’ 기자) ize 기자 2019.07.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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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미쳤어! ‘알라딘’ 4DX 상영을 예매하기 위해 CGV에 들어갔다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침 7시 20분부터 극장에 가서 개봉 50일이 훌쩍 넘은 영화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신기할 지경인데, 그 회차가 심지어 매진이었다. 다음 날 학교나 회사에 가야할 사람이 없지 않을 텐데 새벽 2시 18분에 끝나는 상영은 왜 모든 자리가 마감됐단 말인가.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은 나에게 ‘취켓팅’(취소된 자리를 기다렸다가 예매하는 것)에 요구되는 집착과 인내심을 길러줬고, 남들은 한번 보기도 어렵다는 ‘알라딘’ 4DX 상영을 두 번 보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가장 표를 구하기 힘들다는 ‘용포디’(CGV 용산 아이파크몰 4DX관의 준말) 프라임석과 ‘여포디’(CGV 여의도 4DX관의 준말)에서 말이다.

6월 15일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모션체어 싱어롱’은 단 3일간 진행된 이벤트 상영이었다. ‘4DX’와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싱어롱’을 결합한 형식이었다. 의자와 하나 될 준비를 마친 관객들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탬버린과 야광봉을 꺼내더니 디즈니 로고가 나올 때부터 환호성을 질렀다.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과 달리 ‘알라딘’ 싱어롱 상영은 스크린에 가사가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가사를 전부 암기한 사람만이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었고, 전반적으로 ‘싱어롱’보다는 ‘응원 상영’ 분위기에 가까웠다. CGV의 ‘모션체어’는 아그라바 왕국을 누비는 카메라이자, 오두방정을 떠는 지니(윌 스미스)였고, 나중에는 ‘마법 양탄자’가 된다. 노래가 나올 때마다 의자가 비트에 맞게 흔들리고 탬버린이 제3의 음향으로 참여하면서 극장은 놀이공원과 콘서트장을 결합한 공간으로 진화한다. 지니가 ‘Friend Like Me’를 부르고 “박수쳐도 돼”라고 하는 신에서 관객이 일제히 박수를 치고 알라딘(미나 마수드)과 자스민 공주(나오미 스콧)가 키스할 때 다 같이 소리를 지르는 것도 짜릿한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팬들이 모인 이벤트·대관 등을 제외한 극장 경험 중 젊은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현장이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알라딘’은 CGV 예매 기준 여성 관객의 비율이 71%에 다다른다.) 눈짐작으로 계산한 결과 최소 90% 이상, 어쩌면 99%에 가까운 관객이 여성이었다. 상영 시작 전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나서 “이 상영관은 광고 타임에도 4DX 효과가 있나?”라고 아주 잠깐 생각했는데, 옆자리에 앉은 관객 분에게서 나는 향수 냄새였다.

7월 14일 CGV 여의도에서는 보다 4DX 효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여포디’는 ‘용포디’보다 스크린 크기는 작은 대신, 의자의 움직임이 격한 편이다. 수첩에 메모를 하며 영화를 보다가 펜이 바닥으로 떨어져 어둠 속에서 볼펜을 찾아 헤매는 사소한 참사도 있었다. 주인공들이 높은 곳에서 추락하면 의자 등받이가 격하게 안마도 해주고, 자스민과 동행하는 호랑이 라자가 으르렁거릴 땐 의자도 같이 떨린다. 지니가 처음 등장할 때 상영관 양쪽에서 불이 번쩍, 플래시처럼 들어오는 효과도 눈에 띠었다. 자파가 알라딘을 아주 추운 곳으로 보내버렸을 때, 사방에서 찬바람이 쌩쌩 나와서 좀 추웠다. “이렇게까지 오감만족에 충실할 필요는 없는데…….” 라고 생각했다. 이아고와 양탄자의 추격 신에서 종아리를 격하게 때리는 바람은 좋았다. 대중목욕탕에서 시원한 안마를 받는 것 같았다.



이 같은 4DX 상영이 ‘알라딘’에만 있던 것은 아니다.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는 워낙 4DX 완성도가 높기로 유명했고, 활공이 캐릭터의 주 매력인 ‘스파이더맨’ 시리즈 역시 4DX 인기가 높다. 하지만 ‘알라딘’처럼 4DX 관객만 80만 명을 돌파한 영화는 없었다. ‘알라딘’은 지니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보고 싶은 영화다. 하지만 전문 배우들만큼 가무를 소화할 수 있을리 만무하니 평범한 관객은 ‘내적’ 댄스를 추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알라딘’ 4DX 상영은 그 간극을 보다 좁혀준다. 배우들이 춤을 출 때 의자도 같이 춤을 추기 때문에 내 몸도 덩달아 움직일 수 있고, 의자 덕분에 내 골반도 같이 튕길 수 있다. 무엇보다 함께 양탄자를 타고 아그라바 왕국을 누비는 것만 같은 착시 효과는 디즈니의 ‘꿈과 환상의 나라’에 더 가까워지게 한다. 자스민이 각성하며 부르는 ‘Speechless’ 신에서 넘실대는 의자에 몸을 맡기다 보면, 노래방에서는 절대 부를 수 없는 고음이 가득한 곡을 함께 핏대 세우고 부르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든다. 추수감사절 파티 때 지니가 알라딘을 자스민의 옆으로 밀어주는 신을 비롯해 냄새까지 영화에 복무하는 신은 감각의 경험도 확장시킨다. 내가 알라딘이나 지니가 될 수는없지만 의자가 대신 움직여주는 현장. 그리고 이것은 4K TV의 등장과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가 부상하는 가운데 극장의 미래를 점칠 때 중요한 사건으로 떠올랐다. 영화를 콘서트나 놀이공원처럼 즐기는 관객이 있고, ‘알라딘’은 그 시장만으로 관객 수 80만 명을 추가했다.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아이맥스와 3D에서 4DX로 저변을 확장하는 디즈니가 극장을 진짜 ‘디즈니랜드’로 만드는 날도 머지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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