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 베팅' 임상 결과 앞둔 바이오주 노리는 공매도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2019.07.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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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칼럼]

'실패에 베팅' 임상 결과 앞둔 바이오주 노리는 공매도


올 여름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세력이 집중공략하는 종목은 제약·바이오주다. 코스닥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10위 종목(11일 기준) 내에는 신라젠, 에이치엘비, 메지온, 헬릭스미스 등 중요한 임상 시험 결과를 앞두거나 이미 임상 실패를 발표한 종목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코스닥 공매도 잔고 비중 2위에 올라있는 에이치엘비 (105,400원 ▼4,300 -3.92%)는 지난달 27일 미국 자회사인 LSK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항암제 '리보세라닙'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과치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내기도 어렵게 됐고, 주가는 이틀 연속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이후 회사 측은 임상 실패가 아닌 ‘임상 지연’이라고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부족했다.

그런데 에이치엘비의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 하루에 27만~33만주에 달하는 대규모 공매도 거래가 세 번 연속해서 이뤄졌고, 이로 인해 에이치엘비는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세 번이나 지정됐다. 공매도세력이 미리 임상 실패 쪽에 베팅한 탓이다.(☞관련기사: 에이치엘비 3번의 대량 공매도 사태, 단순 우연일까)



대량 공매도 거래가 연이어 터지자 회사 측은 지난달 19일 간담회에서 “법 규정을 교묘히 비껴가면서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다분히 시세 조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공매도 세력을 비난했다. 그리고 21일 공매도를 가장한 주가조작 행위가 의심되는 두 개의 외국계 증권사를 상대로 금융감독원에 주가조작 조사를 요청을 제기했다.

7월에 희귀질환인 단심실증 치료제 ‘유데나필’에 대한 임상 3상 주요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기대되는 메지온 (39,850원 ▼200 -0.50%)은 1분기 이후 임상 실패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매도 포지션이 급격히 불어났고 급기야 지난달 27일 코스닥 공매도 잔고 비중 3위까지 올랐다. 이날 주가는 하한가 가까이 추락했다.

다음날 메지온 대표는 직접 설명회에 나서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임상 진행 결과를 밝히겠다”며 시장에서 떠돌고 있는 임상 실패설을 일축했지만, 시장의 우려를 완전 불식시키진 못했다. 주가는 다시 20% 넘게 급락해 이틀간 45% 폭락했다.


메지온은 사실 올 1분기에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 시기가 미뤄지면서 임상 실패 의혹은 점점 커졌다. 그러면서 공매도세력의 주요 타깃으로 떠올랐고 5월 7일 처음으로 코스닥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50위 안에 들었다. 공매도 공격이 올 2분기에 집중되면서 공매도 잔고 비중은 3개월 만에 1.86%에서 7.69%로 단숨에 4배 넘게 증가했다.

수개월째 코스닥 공매도 잔고 비중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라젠 (5,070원 ▼80 -1.55%)은 지난 8일 현직 고위 임원이 이달 초 보유 주식 16만7777주(약 88억원)를 전량 매도했다는 공시가 나온 다음날 주가가 11.2%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회사가 개발 중인 항암제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 결과가 좋지 않아 임원이 미리 손털기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신라젠은 애초 올 상반기 내 무용성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임상 진행 과정에서 시기를 8월로 미루면서 임상 실패 우려가 커졌다. 그러면서 공매도 포지션은 더 불어났고 올 들어서 11일까지 350만주 가량의 공매도 잔고가 늘었다. 상장주식수의 5%에 해당되는 대규모 분량이다. 신라젠의 공매도 잔고 비중은 지난 9일 처음으로 전체 상장주식수의 16%선을 넘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통틀어 공매도 잔고 비중이 가장 높다. 신라젠 주가는 연초 대비 -38%(16일 기준) 추락한 상태다.

헬릭스미스 (4,395원 ▼290 -6.19%)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VM202’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가 10월 중에 발표될 전망이지만 주가는 올해 들어 16일까지 32% 하락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잔고는 11일 기준으로 5.95%로 올 들어 최고치다. 최근 3개월간 공매도 잔고는 약 35만주가 늘었다. 전체 상장주식수의 2.2%에 해당된다. 헬릭스미스는 코스닥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8위(11일 기준)로 올라 갔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기법으로 임상 시험 결과를 앞둔 제약·바이오주가 주요 공격대상이 되는 것은 태생적으로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과치를 예상하기가 어렵고 불확실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임상 시험 결과 공개가 애초보다 미뤄지는 경우 임상 실패 의혹이 나오고 덩달아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포지션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이상하지 않다. 신라젠, 메지온, 헬릭스미스 모두 상반기에 임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 시기가 하반기로 미뤄진 공통점이 있다.

그 와중에 신라젠 임원은 중요한 무용성 평가 결과 발표 전에 보유 주식을 전량 팔아치우면서 임상 실패 의혹을 증폭시키고 공매도세력에 힘을 보탠 꼴이 됐다.

대규모 공매도 잔고 통계가 보여주듯이 올 여름 코스닥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 분위기는 매우 흉흉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한미약품 (333,500원 ▼8,500 -2.49%)이 지난 2015년에 얀센에 기술이전한 비만·당뇨치료제(HM12525A)의 권리를 반환받았다고 공시했다. 이 치료제의 효능이 얀센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주가는 27.3%나 곤두박질쳤다.

올 여름 에이치엘비 임상 실패 쇼크에 이어 한미약품 신약 개발 실패, 신라젠 고위임원 보유주식 손털기까지 나오면서 임상 진행 중인 제약·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돼 있는 상황이다. 악재와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이들 종목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여기서 공매도세력을 손들고 나가게 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이 성공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뾰쪽한 방안이 없다는 게 주식투자자를 애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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