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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광고, 혐오│② 베스트 기업 2

임현경 ize 기자 2019.07.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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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광고가 있다면 착한 광고도 있다. 정확히는 그나마 기존 광고들보다는 인권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광고들은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와 미래를 보여주고, 나아가 여타 기업이 상업성에 몰두하느라 뒷전으로 뒀던 가치들을 상기시킨다. 최근 긍정적인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광고를 선보인 기업을 선정했다. 워스트 기업 후보가 너무 많아 다섯 개만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반면, 베스트 기업은 후보군이 워낙 적어서 선정 자체가 어려웠다.



나트라케어

월경용품, 특히 생리대를 주로 판매하는 나트라케어는 지난해 11월 공개한 나트라 케어 2018 캠페인으로 많은 여성들의 공감과 호응을 받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것 또한 너의 선택”이라는 슬로건은 운동, 일, 숙면, 그 무엇도 편안하게 할 수 없는 월경 기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선택하는 여성들을 응원한다. 기존 생리대 광고 속 여성들은 ‘그날’에 어떤 불편도 겪지 않는다. ‘파란 액체’를 흡수하는 패드 한장이면, 밝게 웃으며 얇고 밀착되는 소재의 옷을 입고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실제로는 생리통 때문에,피가 새어나가거나 생리대의 형태가 옷 위로 드러날까 봐,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들이다. 그러나 나트라케어는 ‘아프고 신경질 나고 뭘 입어도 불안한’ 그게 바로 생리라는 사실을 가시화하고 여성들의 불편함을 인지한다. 올해 3월 공개한 ‘새빨간 우정’ 영상은 갑작스럽게 월경이 시작되거나, 휴대하고 있던 생리대를 다 사용했을 때 등 곤경에 처했을 때 서로를 돕는 여성들의 연대를 그렸다. 월경을 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당시의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을 알 수 있는,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상황이었다. 나트라케어는 특정한 이상향에 여성을 끼워 맞추는 대신, 실제 여성의 삶이 어떤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광고에 녹여냈다.



스텔라 아르투아

벨기에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는 꾸준히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해 11월 주 52시간 근무제를 환영하며 ‘칼퇴는 권리’ 캠페인을 영상을 공개했다. 올해 3월에는 한정판 챌리스(스텔라 아르투아 전용잔) 판매 수익 전액을 물 부족 국가를 위해 기부하는 캠페인 ‘멋진 한 잔’을 진행했다. 스텔라 아르투아의 후원 자체는 2015년부터 이어져왔으나, 국내에서는 캠페인을 벌인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물 부족 국가에서는 주로 여성들이 물을 길어오는 일을 맡고 있으며, 식수를 마련하기 위해 직업도 공부도 포기한 채 하루 6시간 이상을 보낸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지원함으로써 다른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돌려주고자 했다. 지난 6월 공개된 '비컴 언 아이콘' 캠페인은 기존 주류 광고의 암묵적인 법칙을 깨트리며 변화를 시도했다. 주류회사의 광고는 대부분 청량하고 시원한 맥주는 남성 연예인, 소주는 여성 연예인을 섭외하고, 맥주 광고에 여성 연예인이 출연할 경우 맥주잔과 유사한 몸매의 곡선을 강조했다. 그러나 ‘비컴 언 아이콘’은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송은이, 김서형, 김윤아의 당당함과 능력을 강조하며 여성들을 향한 지지를 표했다. 해당 광고 영상은 주류 광고의 패러다임을 뒤집었을 뿐 아니라 가정 주부에 머물렀던 광고 속 중년 여성의 이미지를 깨뜨리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번외: 나이키

나이키는 지난 2월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광고 영상을 통해 여성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과 이상향을 조명했다. 여성은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여성성’이라는 기준은 여성이 선택하는 모든 것이 된다. 춤을 추고, 격렬한 운동을 즐기고, 꽃을 좋아하고, 자신을 화려하게 꾸미는 등 여러 모습들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며,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것처럼 보였던 여성이 사실은 마우스피스를 소독하고 있는 것처럼 기존의 통념을 반전시키기도 한다. 나이키는 2016년 팔로마 엘세서를 모델로 기용한것을 기점으로 장애, 인종, 체형 등 다양성을 존중하는 캠페인을 추구했다. 지난 4월에는 겨드랑이를 제모하지 않은 아나스타샤 에누케의 사진을 공개했고, 6월에는 런던 오프라인 매장에 플러스사이즈 마네킹을 도입했다. 그러나 성 평등 캠페인을 벌인 나이키가 한편으로는 후원 선수가 임신할 경우 후원금을 삭감하거나 중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미국 단거리 육상선수 앨리슨 펠릭스는 “나이키가 임신 전보다 70%낮은 후원금을 제시했고 출산 후 일정 기간 성적이 하락해도 불이익을 주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거절했다”라고 고발했다. 남성은 운동과 출산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었지만, 여성은 언제나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나이키는 지난 5월 공식 성명서를 통해 후원 선수들의 임신에 따른 패널티를 없애고 보호 조항을 넣겠다고 밝혔다. 선수가 성적이 부진할 경우 후원금을 조정하거나 후원 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나이키뿐 아니라 스포츠용품 기업 대다수가 지속해 온 방식이다. 남성 선수는 아이를 갖는다고 해도 신체적인 변화를 겪지 않지만 여성 선수의 경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성적 부진을 겪기 때문에, 이들은 예외 조항으로 임신과 출산을 추가하는 보호 정책을 필요로 했다. 마침내 이뤄진 나이키의 변화가 아디다스, 아식스 등 다른 스포츠용품 기업의 후원 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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