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믿을 건 반도체" 日 2차 보복에도 투심 꿋꿋한 이유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9.07.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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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외국인 반도체 1.7조원 사들여…반도체 재고 소진&업황 반등 기대감

"그래도 믿을 건 반도체" 日 2차 보복에도 투심 꿋꿋한 이유


한·일 무역갈등이 점차 확산되는 조짐이지만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는 꿋꿋하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5일부터 15거래일 연속 삼성전자에 대한 '사자'세를 나타내며 변함없는 애정을 보였다.



15일 삼성전자 (79,600원 ▲700 +0.89%)는 전일 대비 150원(0.32%) 오른 4만6450원을 기록했다. 장 초반 하락 출발했지만, 외국인과 기관 순매수 공세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 (182,300원 ▲3,600 +2.01%)는 1500원(2.01%) 상승한 7만6200원을에 마감했다. 하이닉스 역시 장 초반 부진했던 주가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에 상승 반전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0.20%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이날 반도체 주가 상승은 일본의 보복조치 확대라는 악재를 딛고 이뤄낸 것이다. 일본은 지난 12일 열린 한·일 실무자 간 양자협의에서 한국을 우방 국가를 뜻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이와 관련 오는 24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후, 8월 22일 화이트리스트 제외 여부를 확정 짓는다.



이번 규제는 지난 4일 반도체 핵심소재 3품목(포토레지스트, 불산,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한 이후, 두 번째 보복조치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일본의 전략물자 통제 품목인 군수용, 원자력 화학무기용 등 민감품목 263개와 비민감품목 857개 등 총 1120개에 대해 일일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도 믿을 건 반도체" 日 2차 보복에도 투심 꿋꿋한 이유
증권업계는 그동안 일본의 도발이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해석해왔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가 한일 무역갈등의 향방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봤지만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한·일 갈등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무역갈등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6월 들어 이날까지 삼성전자를 1조4451억원 어치 사들이며 아낌없는 애정을 쏟았다. SK하이닉스 주식도 2711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코스피 시장에 대한 순매수액(1조4769억원)을 뛰어넘는다.


일본 규제가 오히려 부진했던 반도체 업황 반등 계기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는 본래 하반기가 성수기인데, 최근 일본 규제로 메모리 공급이 타이트해질 것에 대비해 수요자들이 선구매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낸드플래시와 D램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 현물가격은 지난주 3.26달러에 마감해 일주일 전보다 7.6% 올랐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낸드 공급사 감산, 도시바 메모리 공장 정전, 일본 수출 규제 강화 등 3가지 이벤트가 우연의 일치로 맞물려 높았던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소진할 기회를 제공했다"며 "향후 2개월간 신규 생산을 중단하고 기존 재고만 출하해도 시장 수요에 대응 가능하고, 한일 무역분쟁이 3개월 이상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업황 저점 통과를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일본을 다녀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단기보다 큰 흐름을 보라고 주문한 것이 일단 소재 조달 관련 급한 불은 끈 것으로 해석됐다. 한 언론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산 불화수소 생산라인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보도한 것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아직 한·일 무역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만큼 신중할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반도체 감산이 확실해졌고, 수급적으로도 6월 반도체 주가가 과매도 구간이었던 만큼 반등 여지가 있다"면서도 "한·일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데다, 여전히 반도체 재고가 많아 가격 반등이 지속될 것이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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