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CEO? Yes, 박외진 아크릴 대표(5)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배병욱 기자 2019.07.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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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DNA' 있다면, 암만 안정적인 삶 속에서도 위험한 창업할 것"

박외진 아크릴 대표/사진제공=아크릴박외진 아크릴 대표/사진제공=아크릴


Q :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인가.
A : Yes(박외진 아크릴 대표)

창업하면 망한다. 창업은 헬게이트(지옥문)를 여는 것이다. 생각대로 되지 않을 거야.

"창업을 말리는 말들이다. 희망찬 얘기보다 부정적인 말을 최대한 많이 들어 보라. 그래도 창업하고 싶은가. 그럼 반드시 창업하라."



박외진 아크릴 대표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박 대표는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창업 시 겪을 수 있는 안 좋은 상황의 얘기를 훨씬 더 많이 들어보길 권한다"면서 "그래도 의지가 변함없다면 창업을 꼭 해야 할 사람"이라고 했다.

"'창업자 DNA'가 있죠. 이 DNA를 갖고 있으면 어떠한 안정적인 삶 속에서도 결국은 위험천만한 창업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그 DNA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조건의 투자 유치가 이뤄져도 결국 안정적인 삶으로 회귀하게 되죠."



​박 대표가 '창업자 DNA'를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에 따르면 이렇다. 창업. 장점은 1개다. 반면 단점이 100개쯤 된다. 근데 왜 창업할까. 100개의 단점보다 1개의 장점이 훨씬 더 커 보여서다. 이 시각이 바로 '창업자 DNA'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박 대표는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8세에 CEO가 됐다. 사회생활을 CEO로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CEO가 아닌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현재 CEO로서의 삶이 행복하고 잘 맞다"고 했다.

◇CEO가 되다


2001년 KAIST 박사 과정. 문득 회의에 빠졌다. '학위를 받는다 해도 내 삶이 얼마나 달라질까. 학위를 따본들 연구소로 가거나, 학교에 남아 교수가 되겠지. 행복할까. 내가 원했던 삶일까.'

틀에 박힌 학교생활이 지긋지긋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정보통신부(현 과기정통부) 벤처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한다. 휴대폰을 움직여 게임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동작 인식 기술이다. 같은 해 겨울, 결과가 나왔다. '대상'

대상이라...

'창업하라'는 운명적 메시지로 느껴졌다. 박사 학위는 뒤로하고 2002년 바로 창업한다. 당시 나이는 28세. 창업경진대회에서 선보였던 기술을 응용, '동작인식솔루션'을 내놓았다. 첫 번째 고객은 삼성전자였다. 첫 창업은 성공적이었다. 박 대표는 2007년 이 회사를 실리콘밸리의 한 기업에 매각했다.

"큰돈을 번 건 아닙니다. 큰 의미가 있었죠. 어린 나이에 창업·성장·매각, 한 사이클을 오롯이 경험했으니까요."

2007년 학교로 돌아왔다. 박사 학위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다. 충분히 경험한 터라 그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심한 대로 됐다. 학위 논문에서 또 다른 아이디어를 얻는다. 1개의 장점이 다시금 커 보이기 시작했다. 2011년 AI(인공지능) 전문기업 '아크릴'은 그렇게 설립됐다. 현재 임직원 수는 87명.

아크릴은 AI 플랫폼 '조나단'(Jonathan)을 개발한 업체다. 조나단은 금융사, 기업, 병원 등에서 AI 서비스를 구축하고자 할 때 이를 쉽게 해결해 주는 소프트웨어다. AI 전문 조직 없이도 AI 서비스를 쉽게 구축할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박 대표는 "대개 AI를 어렵게 생각한다"면서 "많은 기업과 단체가 좀 더 쉽게 AI 기술을 체감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크릴은 모든 고객사의 '인공지능 전문팀'이 돼 주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CEO로서 가장 힘든 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주주(투자기관) 관계다. 박 대표는 "투자를 유치하면 투자자들에게 사업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면서 "현재 분기별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늘 재촉과 실적 압박을 받는다"며 "조직 전체에 매우 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토로했다.

"보통 CEO들은 인생을 걸죠. 모든 걸 다 건다는 말입니다. 묵직한 지지가 매우 간절한 사람들이죠. 숫자로만 보고되는 투자 환경이 아쉽습니다.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도 분명 있는데 말입니다."

◇중기청원

스타트업 육성은 실패를 격려하는 문화에서 이뤄진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정부에서 우선 구매해 주길 바란다. 성공과 실패는 둘째 문제다. 일단은 먼저 체험(테스트)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R&D(연구·개발)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의미 없다고 본다. 차라리 이걸 공공기관이 스타트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데 활용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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