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인맥' 美엡스타인, 36명 아동성매매 '봐주기 논란'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7.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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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클린턴 대통령 등과 과거 친분 알려져
2008년 성범죄로 기소됐지만 '솜방망이 처벌'
최근 논란 불거지자 어코스타 노동장관 사퇴

제프리 엡스타인(66). /사진=AFP제프리 엡스타인(66).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영국 앤드류 왕자,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등.

지난 6일 미 뉴욕남부지방검찰이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과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인물들이다. 엡스타인은 많은 돈과 고위층 인맥을 이용해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와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엡스타인은 20여 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마사지를 명목으로 가난한 10대 소녀들을 불러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피해자 중 일부는 14살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엡스타인이 두 명의 목격자를 매수하기 위해 각각 25만달러(약 3억원)와 10만달러(약 1억1800만원)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엡스타인의 재산 규모가 막대해 해외로 도피하거나 증인을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보석에 반대하고 있다. 오는 15일에는 엡스타인의 보석 심판이 예정돼 있다.

엡스타인은 월가에 있는 헤지펀드 베어스턴스에서 중개인으로 일하며 큰돈을 벌었다. 주로 VIP 고위층 고객들의 세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승승장구한 그는 입사 5년 후인 1981년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고위층의 자산 관리를 해주며 인맥과 수십억대의 자산을 얻을 수 있었다.



그가 베어스턴스에 입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인맥이 작용했다. 그는 1970년대 달튼 스쿨에서 물리와 수학을 가르쳤는데, 당시 가르쳤던 학생 중 한 명이 베어스턴스 회장 에이스 그린버그의 아들이었다. NYT는 당시 달튼 스쿨에서 엡스타인의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을 인용해 "그는 당시 여학생들을 자신의 아파트로 부르기도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뉴욕연방법원 앞에서 제프리 엡스타인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계에 의혹을 제기하는 시민들. /사진=AFP뉴욕연방법원 앞에서 제프리 엡스타인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계에 의혹을 제기하는 시민들. /사진=AFP
이후 그의 인맥은 점점 더 넓어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전용기 보잉727을 자주 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엡스타인과 함께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NYT에 따르면 현재 청소년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배우 케빈 스페이시 역시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자주 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도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2년 뉴욕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앱스타인에 대해 "멋진 녀석" "같이 어울리면 정말 재미있다"면서 "그는 심지어 나만큼 미녀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나이가 어린 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엡스타인은 이 같은 성범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여성들과의 접촉은 동의 하에 이뤄진 것"이며 "모두 18살 이상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의 변호인단은 10여년 전에 마무리된 사안을 왜 지금 와서 다시 꺼내드냐는 입장이다.

엡스타인이 아동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36명과 성관계를 맺고 성매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동 대상 성범죄는 미국에서 종신형도 가능한 중범죄이지만 그는 단 2건의 성매매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3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마저도 일주일에 6일은 하루 12시간씩 감방에서 벗어나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도록 출퇴근이 허용됐다.

그의 아동성범죄가 다시 드러난 것은 지난해 11월 지역매체 마이애미 헤럴드의 보도 때문이다. 마이애미 헤럴드는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2008년 검찰 수사의 공정성 논란이 일자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6일 엡스타인을 체포했다.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과거 유조인정 감형합의를 도와 거센 비난을 받다 12일 결국 사퇴한 알렉스 어코스타 미 노동장관. /사진=AFP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과거 유조인정 감형합의를 도와 거센 비난을 받다 12일 결국 사퇴한 알렉스 어코스타 미 노동장관. /사진=AFP
11년이 지나고 다시 '봐주기 논란'이 불거지자 알렉산더 어코스타 미 노동부 장관은 지난 12일 결국 사퇴했다. 당시 엡스타인의 감형 협상에 관여한 검사 중 한 명이 어코스타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던 인사들은 모두 선긋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나는 엡스타인과 오래 전에 사이가 틀어졌다"며 "15년간 그와 말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 측도 "(엡스타인과) 10년 넘게 왕래가 없다"며 "엡스타인의 범죄 내용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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