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규제 온다"…'백색국가'서 한국 빼겠다는 일본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9.07.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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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개 품목 수출절차 복잡해져…입장 바꾸지 않을 경우 이르면 다음달 중순 시행

한일 전략물자 수출 통제 과장급 간담회를 위해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2019.7.12/사진=뉴스1  한일 전략물자 수출 통제 과장급 간담회를 위해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2019.7.12/사진=뉴스1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이어 더 강력한 카드를 빼들었다. 안보상 우호국가로 우대하던 화이트국가(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한 것. 이 경우 수출규제 대상 품목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일본산 부품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정부는 일본 측에 최종 결정 전 협의회 개최를 요구하는 동시에 리스트 제외 이후의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다음달 화이트리스트 배제?…"1100개 품목 영향"=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측은 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담당 실무자 간 양자협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화이트리스트는 무기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 수출과 관련 일본 수출무역관리령에 규정된 우대조치 대상국을 말한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27개 나라가 포함돼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부터 이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본 측은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 기간이 끝나면 각의(한국의 국무회의) 결정 후 개정안을 공포한 뒤, 21일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국 정부에 알려왔다.

화이트국가에서 배제될 경우 한국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 절차가 복잡해진다. 수출계약 건마다 경산성으로부터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재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에서 수출규제가 강화되는 셈이다. 대략 1100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이 수출규제를 받게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규제 대상 품목 규정이 모호해 해석에 따라 포함되는 품목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진경제실장은 "화이트국가 배제조치는 해당 품목에 대한 규정이 포괄적이고 자의적이어서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라며 "군사전용이 가능한 첨단소재와 차량용 2차 이온전지 등 전자부품이 유력하고 일부 공작기계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마트에 일본산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2019.7.8/사진=뉴스1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마트에 일본산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2019.7.8/사진=뉴스1
◇日 '캐치올' 문제 제기…韓 "일본보다 더 철저"=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는 이유로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Catch-All) 규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 최근 3년간 양자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캐치올 규제는 전략물자만큼 민감하지는 않지만 대량살상무기(WMD)나 재래식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민수품목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다.

하지만 일본은 캐치올 규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뿐 구체적인 근거나 사례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한국 대표단은 일본 측에 "한국의 캐치올 통제는 방산물자 등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무기에 대해서도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오히려 일본보다 더 철저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르면 8월 중순 시행…정부, 업계와 대책 마련=한국 입장에서는 앞선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와 마찬가지로 '화이트리스트 제외' 건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정부는 우선 의견수렴 시한인 오는 24일 전까지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막기 위해 일본 측과 대화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의견수렴 종료 후 각의에서 개정안이 처리되면 사실상 되돌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지난 12일 양자협의에서도 한국대표단은 추가로 당국자간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으나 명확한 답을 받지 못했다. 일본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르면 다음달 중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

동시에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현실화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 중이다.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소재장비 분야 육성, 수입선 다변화, 수출 규제 피해기업 지원 등 업계와 공조해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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