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 걸작 '오발탄' 무성영화된 사연은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19.07.13 09:30
글자크기

제4회충무로뮤지컬영화제 10 ~ 13일 열려..씨네라이브 상영 오발탄, 자막·음성 걷어내고 디지털복원

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를 통해 12일 충무아트센터에서 '씨네라이브' 형식으로 영화 '오발탄'이 상영됐다. 상영 직후 조윤성 재즈피아니스트, 김홍준 예술감독 등이 관객과의 대화를 갖고 있다. 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를 통해 12일 충무아트센터에서 '씨네라이브' 형식으로 영화 '오발탄'이 상영됐다. 상영 직후 조윤성 재즈피아니스트, 김홍준 예술감독 등이 관객과의 대화를 갖고 있다.


100주년을 맞는 한국 영화의 중심에는 한결같이 충무로가 있었다. 충무로가 소재한 서울 중구에서 열리는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그래서 올해 더 특별했다.

중구문화재단 주최로 충무아트센터에서 10일 개막해 13일 막을 내리는 제4회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한국영화 100년 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1)을 개막작으로 선정해 상영했다.



이범선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해 만든 영화는 6·25전쟁 이후 한국 사회의 빈곤과 부조리를 당시로선 획기적인 리얼리즘 영상을 통해 그려냈다. 4.19혁명의 분위기 속에 실험적 기법과 사회적 부조리 등 금기와 검열에 찌들었던 영화를 되살리자는 영화계의 염원이 담겼지만 개봉 뒤 5.16쿠데타로 다시 상영이 금지되는 비극을 겪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영화 속에는 은행을 털고 경찰에 쫓기는 주인공(최무룡 분)이 청계천 다리 밑에서 아기를 등에 업은 채 목을 매 목숨을 끊은 여인과 마주치거나 노동자들이 ‘돈을 더 달라’며 시위하는 장면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장면이 다수 포함돼 있다.

영화의 기념비적 성격 외에도 단순히 영화만 트는 게 아니라 ‘오발탄’은 모든 대사·음악·사운드를 라이브로 공연하는 ‘씨네라이브’로 두차례 상영됐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지난해에도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을 씨네라이브로 상영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충무로뮤지컬영화제의 오발탄은 무성영화가 아닌데도 대사와 음악과 음향을 모두 걷어내고 새롭게 재창조됐다. 명작임에도 진가를 알수 없을 정도로 영어자막이 가득했던 기존의 필름을 디지털로 복원하고 자막을 지워낸 것도 특징적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출품됐던 필름을 지난 2015년 디지털로 복원한바 있다.
 4회 충무로뮤지컬영화게 개막작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사진=충무로뮤지컬영화제 4회 충무로뮤지컬영화게 개막작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사진=충무로뮤지컬영화제


21인조의 재즈 오케스트라(조윤성 세미 심포닉 앙상블)의 연주 배경 속에 10일 상영된 것에 이어 12일에는 조윤성 재즈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독주 속에 KBS 성우들이 영화 전편을 라이브로 재창조해 냈다. 영화제의 예술감독인 김홍준 감독은 12일 상영 뒤 가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대사 전편을 라이브로 하는 것은 아마 세계 최초일 것"이라며 "무성영화가 아니지만, 무성영화인 것처럼 재창조했다. 씨네라이브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여러 곳에서 더 상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막작 상영 무대에서 오발탄을 감독한 고 유현목 감독의 부인 박근자씨는 무대에 올라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던 작품인데, 이렇게 (다시) 상영하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폐막작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거장 밥 포시의 대표작 '스위트 채리티'(1969)가 선정돼 13일 오후 6시30분에 상영된다. 이 작품은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영화 버전으로 밥 포시의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과거 이 영화제에서 상영된 '라라랜드'도 코러스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형식으로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났고 '레미제라블: 25주년 특별 콘서트'는 13일 오전 상영된다.

이밖에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선보여 화제가 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크리스티안 올와겐 감독의 뮤지컬 영화 ‘카나리아’와 이탈리아 국민 가수 루치오 바티스티 노래를 토대로 스토리를 얹은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포에버 유’도 상영됐다.

한편 폐막식에 앞서서는 영화제의 미래를 탐색하고 함께 고민하는 포럼도 열린다. 개막식에서 공동 조직위원장인 이장호 감독과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 윤진호 대표는 "이번 영화제를 전환점으로 삼아 영화의 상징 충무로를 중심으로 예술인과 지역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지역 친화적 축제를 만들겠다"고 밝힌바 있다.

예측이 쉽지 않았던 예산편성 등 여러 변수 속에서 영화제를 이끌어온 김홍준 예술감독은 뮤지컬전문영화제가 아닌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형태로 영역이 확장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폐막 관련 포럼의 전체 주제는 ‘새롭고 확장된 영화제를 위하여’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