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간절히 한국에 돌아오기 원하는 이유 '셋'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19.07.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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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에 눈물 보인 유승준…17년간 한국 땅 못 밟아

프랑스 칸영화제에 참석한 유승준 / 사진=머니투데이 DB프랑스 칸영화제에 참석한 유승준 / 사진=머니투데이 DB


가수 유승준(43·미국명 스티브 유)이 17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 길이 열렸다. 유승준은 2002년 병역 회피로 입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오전 유승준이 주로스앤젤레스(LA) 한국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낸 '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유승준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유승준의 입국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열릴 재판에서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판결이 확정되면 유승준은 비자를 발급받은 뒤 입국할 수 있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고 비자 신청 거부가 적법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의무 다하겠다"던 유승준 병역 회피, 눈물의 17년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유승준은 1997년 4월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 '나나나', '열정', '찾길 바래'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당대 최고의 가수로 군림했다. 유승준은 2000년대 초반까지 솔로 가수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고 예능에서 활약을 통해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그는 2002년 1월 돌연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유승준이 군 입대를 3개월 앞두고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그가 "꼭 입대해 대한민국 남자로서 의무를 다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컸다.

논란이 지속되자 법무부는 유승준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유승준은 지금까지 17년 동안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연기와 음악 활동은 계속 이어갔다. 그는 미국과 중국 등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2007년과 올해 1월에도 음원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유승준는 2015년 9월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인 F-4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해 10월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유승준은 소송을 내기 전인 같은 해 5월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입국을 하고 싶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과거 결정 후회…'용서 받기 전에 잊혀질 것 같아'
유승준 'Another Day' 뮤직./사진=네이버 음악 캡처유승준 'Another Day' 뮤직./사진=네이버 음악 캡처


유승준은 병역을 회피했던 과거 결정을 깊게 후회하고 있다. 그가 지난 1월에 발표했던 음원 'Another Day'의 가사를 살펴보면 그 절절함이 묻어 있다.

이 노래에는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어. 사랑받은 것을 그때 왜 난 몰랐을까. 이루고 싶었던 것도, 이 세상의 좋은 것들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걸. 아픈 모든 기억 지울 수만 있다면 제발 되돌리고 싶어 더 늦기 전에'라는 가사가 있다.

또 '모든 걸 이뤘다고 생각했을 때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걸 난 생각하지 못했네. 그땐 너무 어려서 생각이 어리석었어 바보처럼 결국엔 니 맘을 아프게 했어. 이 길의 끝이 안 보여 난 무섭고 또 두려워 용서받기 전에 잊혀질 것 같아서'라고 표현했다.

고국인 한국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한국에서 사랑을 받으며 가수 활동을 하고 싶은 꿈을 버리지 못했다. 유승준의 법률대리인 임상혁 변호사는 이날 "유승준은 자신이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자랐던, 그리고 모든 생활터전이 있었던 모국에 17년 넘게 돌아오지 못하고 외국을 전전해야 했다"며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하고 절절한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대중들의 비난의 의미를 항상 되새기면서 평생동안 반성하는 자세로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으로 돌아와 진심으로 잘못을 반성하는 기회를 갖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는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승준은 자녀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아빠가 한국에 돌아갈 수 없는 이유를 물어보면 괴로워했다고 한다.

결국 유승준은 모국에 대한 순수한 그리움과 자녀들에게 당당하고 싶은 마음, 마지막으로 연예인으로서 재기에 대한 기대 등 3가지 이유로 한국 입국을 간절히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론 안좋은데…한국 활동 가능할까?
프랑스 칸영화제에 참석한 유승준 / 사진=머니투데이 DB프랑스 칸영화제에 참석한 유승준 / 사진=머니투데이 DB
하지만 막상 비자 발급이 허가돼도 유승준이 한국에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론의 반응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자 대다수 누리꾼은 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 A씨는 "의무를 지킨 사람만 바보가 되는 것이냐" 적었고, B씨는 "이런 판결이면 누가 나라를 지키냐"고 비판했다. 반면 "17년간 벌받았으면 됐다", "입국 금지 처분은 너무 가혹하다"는 옹호 여론도 일부 있었다.

또 누리꾼은 유승준이 한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진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반응이다. 누리꾼 C씨는 "지금이라도 일말의 반성의 마음이 있으면 F-4신청할게 아니라 한국 어디든 2년 정도 자원봉사할 생각부터 해라"고 했다. D씨는 "활동이 아니라 반성을 위해 한국에 온 것이면, 군대를 가든가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8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유승준의 입국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입국 허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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