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와 손잡은 대구은행…수도권·2030세대도 잡았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19.07.11 14:56
글자크기

'T하이파이브 적금', 출시 50일 만에 가입자 5만 달성…이종산업간 제휴로 지역 한계 극복

통신사와 손잡은 대구은행…수도권·2030세대도 잡았다


DGB대구은행이 SK텔레콤, 핀테크 업체 ‘핀크’와 손잡고 출시한 ‘T하이파이브(T high5) 적금’이 대박을 쳤다. ‘이종(異種)산업’과 협업을 통해 지방은행의 한계로 지적돼온 수도권 시장과 2030세대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28일 판매를 시작한 T하이파이브 적금은 출시 40일 만인 지난 6일 가입자 5만명을 달성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월 2만좌 이상 판매하면 히트상품으로 분류하는데 그 기준을 2배 이상 넘었다”고 말했다.



T하이파이브 적금은 기본금리 2%에 SK텔레콤 고객 우대금리 2%를 더해 4%의 금리를 적용한다. 여기에 SK텔레콤 5만원 이상 요금제를 이용하면 1% 캐시백 혜택이 추가돼 사실상 5%대의 고금리 혜택을 제공한다. 가입은 대구은행 영업점이 아닌 모바일 금융 서비스 앱 ‘핀크’를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금융권에선 대구은행이 T하이파이브 적금 흥행을 통해 지방은행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구은행을 비롯한 지방은행들은 지역적 한계로 성장에 애를 먹어왔다. 최근엔 지역경기 침체와 시중은행들의 공격적 영업으로 지역 거점에서의 시장점유율도 빼앗겼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 수도권과 젊은층 공략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공을 들였다. 김태오 대구은행장은 ‘디지털 뱅킹’으로의 전환이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고 T하이파이브 적금에서 소기의 성과를 낸 셈이다.



T하이파이브 적금은 전체 가입자 중 약 84%가 대구은행 최초거래 가입자다. 지역별 가입자를 살펴보면 대구은행의 지역 기반인 대구·경북 지역 가입자는 15%에 불과했고, 수도권 가입자가 60%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도 20~30대 가입자가 전체의 62%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 금융 소비자들은 비대면 채널로 금융 상품을 소비하고 있다"며 "그간 지역적 한계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지방은행들도 디지털 전환에만 성공한다면 기회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 생태계가 빠르게 모바일·디지털화 하면서 은행권에선 이종산업과 결합을 통해 금융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은행권은 기반이 탄탄한 플랫폼을 통해 신규고객을 유인할 수 있고, 비금융 산업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케이뱅크가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와 손잡고 제휴통장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케이뱅크 x 네이버페이 제휴통장(케네통장)'은 입출금통장으로 네이버페이에서 계좌개설부터 잔액조회, 입출금내역 조회까지 한번에 가능하다.

KEB하나은행도 금융플랫폼 '토스'와 손잡고 '하나은행X토스 제휴적금'을 판매 중이다. 기본금리는 3.3%이지만, 토스에서 제공하는 '아이사랑 이벤트'를 통해 최대 1.7%의 우대금리를 더해 5%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환경이 급격히 디지털화하면서 은행들은 다른 산업군과의 제휴를 통해 신규 고객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며 "이제는 시중은행이냐, 지방은행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플랫폼을 통해 금융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