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진·조선일보·후지TV·아베의 수출규제 '환상 공조?'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9.07.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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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진이 받은 정부 자료→조선일보 보도(5월17일)→日 정부 경제보복 근거로 이용…"불화수소 北 유출 근거 없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뉴시스


한국의 신문 보도를 일본이 경제보복 논거로 '악용'(惡用)하고, 이를 근거로 다시 한국 신문이 받아 쓰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애국당 소속 조원진 의원이 제출받은 정부 자료를 조선일보가 쓰고, 그걸 다시 일본 정부와 일본 내 극우 언론이 인용했다. 일본은 "그것 보라"며 한국 정부를 향해 큰소릴 치고 있다. 한국의 국회의원과 한일 우파 언론, 일본 정부의 환상적인 '공조'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보도 자체도 부정확하며 자의적이란 비판에 직면하고 있고, 그로 인해 일본 정부에 '좋은 먹잇감'을 줬단 지적도 나온다. 일본인 교수까지 나서서 "일본에선 확실히 (조선일보를) 이용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조원진이 받고, 조선일보가 쓰고


5월17일자 조선일보 보도./사진=네이버 뉴스 캡쳐5월17일자 조선일보 보도./사진=네이버 뉴스 캡쳐




발단은 5월17일 오전 3시8분에 표출된(온라인 기준), 조선일보 보도였다. '대량 살상무기로 전용 가능한데…한국, 전략물자 불법수출 3년새 3배'란 제목이었다. 이 기사는 A10면 1단 지면에도 나갔다.

미사일 탄두 가공 등 대량 살상무기에 쓰일 수 있는, 국내산(産) 전략물자가 불법으로 수출되고 있단 내용이었다. 조원진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인용했다.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수출하려다 적발된 전략물자가 156건이라 했다. 이는 2015년(14건)에 비해 지난해(41건) 기준으로 3배 늘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전문가 말을 인용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마무리지었다.

요약하면, ①국내산 전략물자가 불법수출→②최근엔 심지어 급증→③북한에 갔을 가능성의 논리 구성이다. 즉, '삼단 논법'에 따라 국내산 전략물자가 북한에 갔을 가능성이 있다로 연결된다.

그걸, 일본 정부는 이용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뉴스1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뉴스1


보도 내용 자체가 '비판을 위한 비판' 정도로 인식돼 당시에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내용이지만, 두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일본 아베 정부와 언론의 경제보복 논리로 되살아 난 것.

일본은 4일부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사실상 경제보복)'를 단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 가스) 등 3가지 품목을 규제하고 있다.

그 이유로, 일본산 불화수소(에칭가스) 등이 북한 무기로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그러자 10일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반박 근거'를 들고 나왔다. 조원진 의원이 제출받고, 조선일보가 보도한, 그 정부 문건이다. FNN은 "2015년부터 지난 3월까지 한국 기업이 전략물자 156건을 (제3국에) 밀수출하려다 한국 정부에 적발됐다"고 했다. 그만큼 관리가 미흡하니, '수출규제'가 정당하다, 이런 얘기였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자민당 안보조사회장은 아예 5월17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량살상무기에 에 쓰일 수 있는 전략물자 수출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자의적(恣意的)이라 비판받는 이유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사진=뉴시스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사진=뉴시스


일본에게 단초를 준 해당 보도는 자의적(恣意的)인 해석으로 볼 만한 소지가 다분하다.

기사에서는 전략물자 불법수출이 2015년 14건에서 지난해 41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통계만 인용해 '급증'이라고 부각시켰다.

하지만 그 이전인 2013년엔 전략물자 불법수출이 68건, 2014년엔 48건이나 됐다. 지난해보다 오히려 많은 수치다. 2013년과 지난해 통계를 비교했다면, '2013년(68건) 대비 지난해(41건) 39% 감소했다'고 표현하게 된다. 통계 범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표현은 이 이렇게 달라진다.

아울러 해당 통계는 '전략물자 불법수출 건수'가 아니라 전략물자 불법수출 '적발' 건수란 점이다. 두 가지는 상당히 다르다. 전자는 '전략물자가 실제로 얼마나 불법수출 됐는지'에 대한 통계고, 후자는 '전략물자가 불법수출 되려다가 얼마나 적발됐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통계만으론, 적발건수가 왜 늘었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적발을 강화해서 늘었을 수도 있고, 실제 불법수출이 늘어서일 수도 있다. 실제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4건에 불과한) 2015년엔 해경이 단속을 담당하다가 해경 해체 후 경찰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실적이 줄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부는 "전략물자 불법수출이 적극적으로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 '좋은 먹잇감' 준셈
조원진·조선일보·후지TV·아베의 수출규제 '환상 공조?'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10일 비판했다. 안팎에선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보복이 한국 경제 불안을 야기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살상용 화학무기를 만드는 데 굳이 순도가 높고 가격이 비싼 일본산 '에칭가스'를 쓸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언론 보도를 들이밀며 논리 싸움을 걸게 한 건, 사실상 '좋은 먹잇감'을 준 것이란 반발이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2개월 뒤 상황을 예언하고 쓴 건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론 그렇게 된 셈이다.

실제 일본 관련 전문가는 일본 정부와 극우 언론이 한국의 언론 보도를 이용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10일 아침 TBS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선일보 내용이 한국 사람들의 여론의 50% 이상이라고 일본 사람들이 생각한다"며 "조선일보 기사 댓글에 현 정권에 대해 엄청난 반대 소리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그 댓글을 그대로 일본말로 번역해서 보여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식으로 일본에서는 확실하게 (조선일보를) 이용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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