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모든 게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미 의회에 나온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이달말 금리인하를 사실상 예고했다. 시장은 환호했다.
◇파월 연준 의장 "경제전망 개선 안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60.80포인트(0.75%) 뛴 8202.53을 기록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아마존)도 모두 올랐다.
이날 파월 의장은 미 하원 금융위원회 출석에 앞서 서면자료를 통해 "최근 몇주간 경제 전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오는 30∼3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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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무역 긴장과 글로벌 성장에 대한 우려 등 역류(crosscurrent)들이 경제 전망과 활동을 짓누르고 있다"며 "기업투자 증가세가 현저하게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준은 현재의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에 대해 파월 의장은 "FOMC 목표치인 2%를 계속 밑돌고 있다"면서 "(낮은)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지속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고용시장이 예상 밖으로 호조를 보였음에도 여전히 경제와 물가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며 금리인하론에 힘을 실은 셈이다.
애버딘스탠다드투자의 제임스 맥캔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이달말 금리인하는 확실해졌다"며 "강력한 고용지표 때문에 연준이 좀 더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5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정부 및 비농업 민간기업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는 22만4000개로, 전월 7만2000개의 3배가 넘었다. 시장이 예상한 16만개도 훌쩍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게 후퇴했었다.
◇"경기 더 나빠져 기업이익 우려"
시장은 이달말 0.25%포인트 금리인하에 베팅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이달말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이 71.4%, 한꺼번에 50bp를 내릴 것이란 기대는 28.7%다. 50bp 인하 기대는 전날 2.8%에 불과했으나 이날 파월 의장의 서면자료 발표 후 약 10배로 뛰었다.
E트레이드의 마이크 로이벤가트 투자전략부장은 "파월 의장이 '비둘기'(통화완화주의) 기조에 따라 곧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생각해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블리클리 자문그룹의 피터 브룩바르 수석투자책임자는 "파월 의장이 이달말 금리인하를 확실하게 보증했다"며 "그는 시장의 기대에 어긋나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앞으로 나쁜 경기지표가 나온다면 연준이 추가로 행동(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지난달 18~19일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많은 연준 위원들이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 금리인하가 정당화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또 대부분의 위원들이 미국의 경제 전망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월가 한켠에선 금리인하의 근거가 되는 경기둔화 자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가의 핵심 변수인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쎄미스트레이딩의 조셉 살루지 주식트레이딩 부문장은 "FOMC 의사록을 보면 경기 상황이 좀 더 나빠졌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이익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