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인 "수출규제, 한국을 '가상적국' 취급한 것"

뉴스1 제공 2019.07.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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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여 전부터 업계 전문가들과 비밀리 준비"
"아베, 불시에 타격주려 G20서 文대통령 피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자료사진> © AFP=뉴스1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일본 정부가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핵심소재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한 건 한국을 사실상 '가상적국'으로 규정한 것이란 주장이 일본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아사히신문의 경제·과학 전문기자 기시로 야스유키(木代泰之)는 9일 자사가 운영하는 시사 웹진 '론자'(論座)에 게재한 칼럼에서 "일본 정부는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반년여 전부터 100개 이상의 첨단제품 리스트를 작성해 어느 것의 수출을 규제하면 한국에 최대한 타격을 줄 수 있을지를 조사해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로 자국 기업들이 플루오르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핵심소재 3종을 한국에 수출할 때 매번 당국의 심사 및 허가를 받도록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이전까지 3년 단위의 포괄적 수출 허가를 내주던 것을 개별, 건별 허가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한일 양국에선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 발표 이후 일본 기업들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이란 해석이 잇따랐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를 취한 배경에 대해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에 수출된 품목이 군사적으로 전용되거나 최종 수요자가 아닌 제3자에게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기시로는 "(정부 설명대로라면) 이번 조치는 '준(準)동맹국' '안보우방국'이었던 한국을 '안보우려국' 또는 중국과 같은 '가상적국'으로 취급한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한국도 그렇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시로는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지난달 28~29일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인 이달 1일 발표되고, 참의원(상원) 선거운동이 시작된 4일 발동된 사실에도 주목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G20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접촉을 피한 것도 사전 통보 없이 불시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며 "선거를 앞두고 국민에게 '강한 일본' '결정하는 정당'이란 인상을 주기에도 절호의 타이밍이었다"고 말했다.

기시로는 "이미 인터넷상에선 '한국을 더 때려라'는 등 반한(反韓) 감정이 넘쳐나고 있다"면서 "정권 최고위 인사의 언동이 증오와 내셔널리즘(국수주의)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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