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역시 위스키다. 가장 많이 손이 가는 위스키는 조니워커 블랙이다. 술보다 탄산수에 가까울 정도로 가벼운 하이볼이 마시고 싶을 땐 콤파스박스 그레이트킹을 고른다. 달큰한 피트 향이 엷게 퍼지는 하이랜드파크 12년도 좋아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걸 고르는 게 좋다.
집에서 하이볼을 마실 땐 하이볼용 글라스를 하나 준비하고, 그 잔에만 계속 마신다. 그래야 내 입맛에 딱 맞는 비율의 하이볼을, 잔에 채운 술과 탄산수의 높이만으로 딱 맞출 수 있다. 400ml 이상이 들어가는 잔이 좋다.
바에서 마시는 하이볼과 집에서 마시는 하이볼의 가장 큰 차이는 얼음이다. 크고 단단한 얼음일수록 술이 천천히 녹고 바의 기분을 낼 수 있다. 요즘 리빙숍에서는 큰 크기의 얼음을 얼릴 수 있는 틀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긴 막대 얼음이나 큰 사각 얼음을 이용한다. 뚜껑이 있는 얼음틀이어야 냉장고의 잡내가 얼음에 스미지 않는다. 편의점의 돌얼음을 이용한다면 냉동실에서 충분히 꽝꽝 얼려 사용한다.
25ml~30ml 정도를 계량해 위스키를 붓는다. 소주잔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30ml에서 대여섯 방울 모자란 양이 입맛에 딱 맞았다. 하이볼의 차가운 온도를 위해서 위스키는 냉동고에 얼렸다가 쓴다. 온도도 온도지만, 따를 때 진득하게 쏟아지는 그 질감이 좋아 얼릴 때도 있다.
부드러운 탄산감이 있는 하이볼을 좋아해 산 펠레그리노를 주로 쓴다. 절대 가향이 된 탄산수는 쓰지 않는데, 깔끔하고 신선한 맛이 하이볼의 생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약 120ml 정도의 탄산수를 잔 벽 쪽으로 떨어지게 조준해 천천히 붓는다. 얼음 위로 탄산수가 떨어지면 기포가 많이 날아갈 수 있다. 젓가락으로 잔 벽을 따라가며 5~6번 저어준다.
베이킹 소다로 깨끗하게 씻은 레몬을 필러로 껍질만 얇게 깎아낸다. 레몬 껍질을 바깥쪽으로 오게 반으로 접어 레몬 오일과 향이 잔 위로 뿌려져(뿜어져) 나오도록 한다. 그 (다음) 레몬 껍질을 잔 안으로 넣어 마지막 향까지 술이 머금을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