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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준비한 일본여행 가는데 매국노 취급, 불편합니다"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19.07.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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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여론 갈리자, 134명 日여행 카페도 게시판 닫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이미 예약한 건데 취소할 수는 없잖아요"

#회사원 김태원씨(28·가명)는 일본 여행을 일주일 앞두고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주위에 일본 여행을 간다고 말하면, "이 시국에 일본을 간다고"라며 눈치를 줘서다. 하지만 그는 두 달 전부터 준비한 휴가 일정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김씨는 "각자 사정이 있는데, 매국노 취급을 받는 게 불편하다"면서도 "아마 인스타그램에 여행 사진을 올리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겨냥해 경제 보복에 나서자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맞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매 운동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여전히한창이다.



◇134만명 일본 여행 카페는 소통 중단…'일본 여행 사진' 두고 시끌

/사진=인스타그램 캡처/사진=인스타그램 캡처
9일 각종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두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을 규제하자, 약 134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일본 여행 카페 '네일동'에는 일본 여행 취소 인증샷이 올라왔다. 비슷한 글 올라오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불매 운동을 두고 설전이 이어졌다.

이에 카페 측은 이례적으로 지난 6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카페 전체 점검 기간을 갖기로 했다. 현재 모든 회원은 글을 쓸 수 없는 상태다. 카페 측에서 점검을 하는 뚜렷한 이유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최근 회원 간 의견 대립이 심해지자 갈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SNS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배우 이시언은 일본 여행 사진 올려 비판을 받고 글을 삭제했다.

뷰티크리에이터 이사배는 지난 7일 유튜브에 일본 화장품 간접광고(PPL)를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신중하지 못했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다수의 팔로워를 보유한 작가들이 공개적으로 일본 여행 관련 그림을 올리자, 일부 팬들이 "언팔(팔로우 취소) 하겠다", "실망이다. 신중하지 못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온라인에서만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 정모씨(23)는 "남자친구에게 평소에 자주 먹던 일본 맥주를 마시지 말자고 했는데, '그게 무슨 소용 있냐'며 불매 운동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서 기분이 나빴다"며 "이후 불매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견이 달라서 조금 싸웠다"고 밝혔다.

◇ "한국 소비자 힘을 보여주자" vs "감정적 대응, 오히려 국내 피해"

지난 8일 오후 울산시 남구의 한 마트에 일본산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스1지난 8일 오후 울산시 남구의 한 마트에 일본산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스1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의 당위성이나 실제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불매운동이) 일본에 경제 보복에 대응해 국민으로서 해야 하는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비록 직접적인 효과가 없을지라도 불매운동으로 일본 정부에 압박을 주고, 한국 소비자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소비자가 불매운동을 하고 있는 만큼 일본 제품 및 여행에 대한 공개적인 자랑이나 언급은 불편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lee****)은 "지금 분위기상 일본 여행은 조용히 다녀오는 게 낫다"며 불매운동은 자유지만 한국인으로서 전시는 지양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불매운동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불매운동은 지나친 감정적 대응일 뿐 실질적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불매운동정도로는 보복 조치를 막거나, 일본에게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단기적으로 일본 제품을 파는 국내 판매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불매운동의 효과가 입증된 적은 없다. 앞서 2011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2013년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반대하며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일시적으로 일본 제품의 소비량이 감소했지만, 큰 경제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불매운동은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는 만큼, 불매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게 옳지 못하다는 주장도 많다. 대학생 A씨(21)는 "불매운동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은 둘 다 정상인데, 불매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욕하는 사람은 비정상이다"라며 "인스타그램에 일본 여행 사진을 올린 것을 보고 비난하는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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