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수출보복 조치…펀드 자금 엑소더스 부추기나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9.07.0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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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 대표펀드 연초 이후 자금유출 규모 800억 넘어서, 27개 자금 빠져나가

日, 한국 수출보복 조치…펀드 자금 엑소더스 부추기나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보복 조치 속에서 일본의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수익률 반등에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반일 감정이 확산되면 자금이탈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36개 대표 일본 주식형 공모펀드의 연초 이후(이하 지난 8일 기준) 전체 자금유출(패밀리 펀드 포함) 규모는 830억원 규모에 달한다. 전체 대표 펀드 중 27개가 자금이 빠져나갔고 9개만 자금이 순유입됐다.



자금이 가장 많이 유출된 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의 일본 중소형FOCUS(포커스)H(환헤지) 상품이다. 설정액이 국내 최대 규모인 이 상품은 올 들어 자금유출 규모가 360억원으로 가장 컸다. 자산의 60% 이상을 중소형 등 일본 기업 주식으로 편입하는 모펀드에 투자하는데, 일본 종합 레저 대기업 고시다카홀딩스, 글로벌 자동차부품 제조기업 퍼시픽 인더스트리얼사, 컨설팅 회사 메이텍 등 상장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 들어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이며 일본 주식형 공모펀드의 수익률이 오름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 환매에 나선 게 자금유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일본 주식형 공모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평균 10% 수준까지 상승했다. 연 수익률이 -3%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올들어 수익률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펀드 매니저는 "선진국 펀드의 경우 대부분 연초 이후 수익률이 상승한 뒤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려는 투자자들이 앞다퉈 환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일본의 한국 수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3종에 대한 규제 강화 조치로 일본 펀드의 자금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판매 중단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최근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확산되며 일본 자동차와 전자제품, 의류, 필기구 등 유명 브랜드 제품들에 대한 불매운동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우려에 힘을 실어준다.

운용사 한 대표는 "일본 펀드의 경우 환매 신청 후 실제 자금 지급까지 영업일 기준으로 6~9일이 소요돼 향후 자금 유출입 규모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은행, 증권 등 판매사들이 기업 이미지 하락을 우려해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어 판매 실적 점검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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