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경색에 국내 상장 日기업도 '난감'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9.07.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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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투심 영향…사업구조·실적과 무관한 급락"

한일 관계 경색에 국내 상장 日기업도 '난감'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한·일 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일본 기업의 주가도 급락세를 보였다. 경직된 한·일 관계가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주가급락이 기업의 펀더멘탈과는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없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는 시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면세점 운영기업인 JTC (4,780원 ▲30 +0.63%)는 지난 8일 종가 기준 6660원으로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난 1일 대비 14.1% 급락했다. JTC는 9일 오전 10시 50분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전일 대비 1.80%(120원) 오른 67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코스닥에 상장한 JTC는 상장 첫날 공모가 8500원 대비 당시 92% 오른 1만6300원에 장을 마감하는 등 시장의 관심을 받았으나 현 주가 수준은 공모가를 21.6% 하회하는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지난 5월 상장한 일본 게임업체 SNK (36,800원 ▲100 +0.27%) 역시 8일 종가 기준 1만9400원으로 1일 종가 2만3850원 대비 18.7% 급락했다. SNK는 9일 오전 10시 50분 전일 대비 1.55%(300원) 오른 1만9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NK는 상장 이후 한 차례도 공모가 4만400원에 도달하지 못했다. 상장 두 달여 만에 공모가 4만400원 대비 52% 하락하며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코스닥에 상장한 전자지급결제 전문업체 SBI핀테크솔루션즈 (3,750원 ▼200 -5.06%)는 8일 종가 1만5250원을 기록, 1일 대비 주가가 13.4% 하락했다. SBI핀테크솔루션즈 역시 9일 오전 10시 50분 현재 전일 대비 1.31%(200원) 하락한 1만5050원으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사업구조와 실적을 들여다보면 현 주가에는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JTC는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업체로 일본 전역에 24개 점포를 두고 있다. JTC 고객층은 일본 내국인보다는 일본을 찾는 한국 단체관광객 또는 한국을 경유,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대부분이다. 이중 일본에 입국하는 중국인 매출이 80%를 차지한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JTC는 지난 1분기(3월~5월)에 두 자릿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성장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최적의 점포 입지 조건을 확보했고 여행사들과의 관계 강화로 중국인 단체관광객 내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NK는 △더킹오브파이터즈 △사무라이 스피리츠 △메탈 슬러그 등 콘솔게임 개발을 통해 약 200여개의 게임 IP(지적재산권)를 보유한 일본 게임회사다. SNK는 개발비용, 마케팅비용, 대규모 인력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IP라이선스업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높은 이익률 달성이 가능하다.

지난 3분기(2월~4월) 연결기준 매출액으로 전년 대비 126.7% 증가한 18억2118만엔, 영업이익으로 1334.5% 증가한 8억5036만엔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분기 영업이익률은 46.7%,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50.6%에 달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7월까지 SNK 라이선스를 활용한 약 15개 게임이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게임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검증된 IP를 확보하려는 게임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내다봤다.

SBI핀테크솔루션즈 역시 전자상거래 시장이 매년 성장하면서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17년 7월 SBI AXES에서 사명을 변경한 업체로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제로(ZERO), 제우스(ZEUS) 등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쇼핑몰이 일본으로 진출할 때 일본 내 결제대행 서비스, 프로모션 및 마케팅 등을 대행한다.

최근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연결기준 매출액으로 전년 대비 19.5% 증가한 78억4962만엔, 영업이익으로 45% 증가한 14억75만엔을 기록했다.
다만 한·일 관계 경과에 따라 에이산 등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하던 일본 기업들의 상장 추진 일정은 다소 늦춰지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일본 면세점 운영업체 에이산(永山)은 코스닥 상장시기를 내년 이후로 늦춰 잡았다. 에이산은 장영식 회장이 1995년 설립한 회사로 일본 도쿄, 삿포로, 오사카 등 주요 도시와 공항 소재 면세점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연간 매출 규모는 2000억 원대로 관측된다.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지난 5월 회사와 상의해서 상장 추진 시기를 내년으로 결정했다"며 "실적 개선 등이 이유로 이번 이슈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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