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109,700원 ▲100 +0.09%)는 지난달 14일, 18일, 20일 세 번에 걸쳐 하루에 27만~33만주의 대규모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고, 이로 인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세 번 연속해서 지정됐다. 항암제 임상 실패 발표는 대량 공매도 거래가 마지막으로 이뤄진 뒤 딱 일주일 후에 나왔다.
그러나 회사 측이 금감원에 공매도 주가조작 조사를 요청한 지 일주일도 안 돼 항암제 임상 실패 결과를 발표하면서 궁극적으로 공매도 세력들의 주가 하락 베팅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공매도 세력들이 옳았다고 말하는 것과 별개로 분명히 따져 봐야 할 사안은 항암제 임상 실패 결과 발표 직전에 세 번에 걸쳐 이뤄진 대량의 공매도 거래가 아무런 문제가 없었느냐 하는 점이다. 우연으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
먼저, 한 번도 아니고 세 번 연속해서 그것도 대규모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진 점을 우연으로 치부하기에 쉽지 않다.
에이치엘비는 올해 들어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한 번도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적이 없다. 그러나 6월 들어서 세 번 연속해서 대량 공매도 거래가 이뤄지면서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6월 20일에는 하루 거래량의 37.23%를 공매도 거래가 차지했다.
14일부터 20일까지 이뤄진 대량 공매도 거래는 이틀 거래일 간격으로 연속해서 이어졌다. 공매도 세력이 작정을 하고 임하지 않고선 도저히 이뤄지기 힘든 거래 행태다.
그리고 개발 중인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한국 판권과 유럽과 일본 지역에서 일부 수익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있는 에이치엘비생명과학에서도 똑같은 날짜에 대량 공매도 거래가 동시에 이뤄진 점도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 (21,400원 ▼250 -1.15%)은 지난달 14일과 18일에 29만~38만주의 대량 공매도 거래가 이뤄지면서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14일과 18일은 에이치엘비가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날이기도 하다.
또한 항암제 임상 실패 발표 후 에이치엘비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까지 추락하자 7월 1일 116만주가 넘는 숏 커버링(short covering)이 일시에 쏟아져 나왔는데, 이 점도 이번 공매도 세력의 주체가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소수의 특정 세력일 거라는 의심을 사게 만드는 대목이다. 회사 측은 외국계 증권사 2곳을 특정해서 금감원에 공매도 주가조작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와 시장에 매각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재매입해 빌려온 주식을 되갚으면서 이득을 얻는데, 이 때 시장에서 주식을 재매입하는 행위를 숏 커버링이라 부른다.
주가 하락에 베팅 하는 공매도 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공매도를 한다고 해서 꼭 이득을 본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 점에서 주가 상승에 베팅하며 주식을 매수하는 것과 하등의 다른 게 없다. 그러나 이번 에이치엘비 임상 실패 발표일 직전에 연속적으로 이뤄진 대량의 공매도 거래는 단순 우연이라고 보기엔 의심쩍은 점이 한 두 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