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갈등·美 금리 쓰나미, 한국 증시 덮쳤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진경진 기자 2019.07.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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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 코스닥 3% 이상 급락 마감…"일본 규제 파장 더 커진다" 공포 확산

日 갈등·美 금리 쓰나미, 한국 증시 덮쳤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등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가 8일 국내 증시를 덮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금리인하 근거가 약해졌다는 분석과 주요기업 2분기 실적 부진 전망 등도 주식 매도세를 자극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내던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동반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46.42포인트(2.2%) 떨어진 2064.1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2% 이상 하락한 것은 미·중 무역협상 불발 여파가 확산된 지난 5월9일(-3.04%) 이후 2개월 만이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5.45포인트(3.67%) 하락한 668.72에 마감했다. 코스닥이 660선까지 밀린 것은 지난 1월8일(668.49) 이후 약 6개월만에 처음이다.



◇코스피 처분한 기관…코스닥 공포는 더 극심=이날 기관은 코스피 종목 548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436억원, 외국인이 88억원을 각각 순매수했지만 기관의 매도 공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팔자’에 나선 코스닥은 사정이 더 좋지 않았다. 외국인이 980억원, 기관이 281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개인이 1264억원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3%대 급락을 면치 못했다.



주식 전광판이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코스피 시장에선 전체 877개 종목 중 839개가 하락했다. 코스닥 역시 총 1271종목 가운데 1163개가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LG화학 등이 2% 이상 빠졌고 SK하이닉스·포스코 등도 1%대 중반 하락률을 기록했다. 메디톡스·휴젤·신라젠·헬릭스미스 등 코스닥 바이오주는 4~5%대 낙폭을 보였다.

◇日갈등·美금리·韓실적…'트리플 악재'에 미끄러진 시장=전문가들은 이날 증시 급락 배경으로 일본과의 갈등 확대, 7월 미국 연준 0.5%포인트(50bp) 금리인하 가능성 약화, 국내 대표기업 실적 부진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재료 3가지 품목에 대한 수출 절차를 강화한 파장이 커지는 있는 것으로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일본 현지로 급히 출국 한데다 청와대가 주요기업 총수와 긴급 대책회의를 하면서 시장에 공포감이 조성됐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일본과의 갈등은 정치적 이슈에서 출발했는데 현재로선 양국 간 타협할 접점이 보이지 않자 시장에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반도체뿐 아니라 앞으로 경제보복에 나설 품목이 많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IT 대형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코스닥 시장 전체가 망가진 것이 더 아픈 상황”이라며 “이번 사안이 장기화되면 시장에 점점 더 큰 부담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대표도 “이날 시장 급락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한일 관계”라며 “지금은 반도체에 국한돼 있지만 일본과 연관돼있는 산업이 많아 거의 모든 업종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고용 지표가 호조세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7월 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더블샷’을 기대했던 시장에 실망감이 퍼진 것도 주식시장 급락 요인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6월 고용지표 호조로 연준의 7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낮아진 것이 지수를 끌어내렸다”며 “미국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0.7% 안팎 상승한 점도 외국인 매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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