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관계부처와 통상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투명 폴리이미드(Polyimide), 포토 리지스트(Photoresist), 고순도 불화수소(HF) 등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는 WTO 규정을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
정부는 통상교섭본부를 중심으로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실제로 어떻게 이행하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본 후 대응 방침을 확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 통상전문가는 “일본 정부의 조치가 WTO 규정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는데 통상법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없는 상황인 만큼 법률 검토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핵심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TO 분쟁 해결 절차는 중간에 소장 수정 등이 불가능해 제소 당시 핵심 증거를 소장에 포함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핵심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이유로 △신뢰 훼손 △부적절한 사안을 제시했는데 이에 대한 정당성은 사전 양자협의 등을 통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소명해야 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제대로 소명 못 할 경우 국제 규범 위반임을 스스로 증명하게 되는 셈이다. 통상전문가들이 일본 정부의 이번 수출 규제 조치가 자승자박의 덫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통상전문가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이에 대한 이행이 중요하다”며 “실제 이행을 했는데 그 논리가 부적절할 경우 규제 조치 자체가 증거가 돼 일본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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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 분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다음 주쯤 양자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략물자수출통제체제인 바세나르체제(WA)를 통해서다. 정부는 일본이 ‘모든 회원국이 수출통제 시스템을 특정 국가나 특정 국가군을 대상으로 하지 않을 것이며, 선량한 의도의 민간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바세나르체제 기본지침을 위반했다며 지난 주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정부는 양자협의 결과와 지난 4일 새롭게 허가 심사에 들어간 핵심 소재 3종 수출물량에 대한 심사 경과를 반영해 WTO 제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통제 이유로 내세운 부분에 대해 서로 협의하기 위한 자리”라며 “다음 주 중에는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일 소재·부품 분쟁이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양측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정부는 자급화율이 낮은 핵심 소재·부품 100대 품목을 중심으로 수입선 다변화, 국산화율 제고 등의 내용을 담은 단기 대책을 이번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