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마친 뒤 EUV(극자외선)동 건설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최근 국내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일부터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현실화되자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3가지 반도체 소재 중 '포토리지스트(Photoresist)'가 국내 파운드리 산업 자체를 흔들 수 있는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nm)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7나노 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삼성전자가 어렵게 구한 고객사를 경쟁사인 TSMC에 뺏길 수 있다"며 "생산 차질로 깨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최근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놨지만 가장 비중이 큰 파운드리 사업이 흔들릴 경우 이는 구현되기 어렵다"며 "삼성 내부적으로 포토리지스트 수출 규제를 뼈아프게 생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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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일단 잇단 고객 문의에 "주문 물량 생산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안심시키는 한편 추가 물량 확보 등 비상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재용·김기남 부회장 등 삼성전자의 최고위 경영진도 해법 모색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이르면 7일 일본으로 출국해 사태 해결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나선 뒤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 부회장도 지난 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긴급 회동을 갖고 삼성전자 내부 상황을 전달하면서 정부와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삼성 반도체가 올해 35년째인데 위기가 오면 그 위기를 극복해왔다"며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은 앞으로 더 많은 위기를 겪겠지만 어떤 위기가 와도 그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도 걱정하는 분위기다. EUV 공정이 없어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포토리지스트를 공급받아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어 미래 성장 동력 준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