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과했다…물 건너간 '더블샷' 금리인하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7.0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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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뉴욕브리핑] 美 '일자리 풍년'에 이달말 0.5%p 금리인하 난망, 0.25%p 유력…10∼11일 연준 의장 의회 증언 주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애초에 욕심이 과했다. 미국 경기가 아직도 순항 중인데 한번에 무려 0.5%포인트의 '더블샷' 금리인하라니. 시장의 기대가 지나쳤다.



지난달 미국의 신규 일자리가 급증하면서 이달 중 0.5%포인트 금리인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렇다고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인하의 뜻을 접은 건 아니다. 결국 0.25%포인트의 '싱글샷' 금리인하에 무게가 실린다.

◇예상밖 '일자리 풍년'…이달말 금리인하 폭 0.25%p 그칠듯



5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정부 및 비농업 민간기업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는 22만4000개에 달했다. 전월 7만2000개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당초 16만개 정도를 예상했다.

예상 밖 고용호조로 연준의 금리인하 폭이 줄어들 공산이 커졌다. 이달 30∼3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리더라도 그 폭은 0.5%포인트가 아닌 0.25%포인트가 유력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한 고용지표 때문에 0.5%포인트 금리인하의 근거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미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이달말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25bp(1bp=0.01%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이 95.1%, 한꺼번에 50bp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4.9%다.


50bp 인하 전망은 독립기념일(7월4일) 휴장 직전인 지난 3일 29.7%에 달했으나 이날 일자리 급증 소식에 약 6분의 1 토막이 났다. 시장이 사실상 50bp 수준의 대규모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접고 25bp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스미스캐피탈파트너의 린지 버넘 투자책임자는 "오늘 나온 고용지표만 보면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필요조차 없다"며 "하지만 이달말 FOMC 회의까진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들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준은 중국 등과의 무역전쟁으로 기업 투자가 부진해지고 있다며 금리인하 방침을 재확인했다. 연준은 최근 의회에 제출한 '반기 통화정책보고서'에서 "무역정책 관련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의 투자 결정이 늦어지고 자본지출(설비투자)도 줄어들고 있다"며 "추가관세의 영향으로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기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둔화에 대비해 보험용으로 선제적인 금리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피델리티인베스츠의 주리엔 티머 이사는 "고용이 아무리 좋아도 미국이 다른 나라들처럼 경기둔화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들은 많이 있다"며 "물가상승률도 연준의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에서 연준이 이달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10∼11일 파월 의장 의회 증언…11일 소비자물가 발표

이달엔 금리인하 폭이 25bp에 그치더라도 올해말까진 총 50∼75bp 인하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미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연내 50bp 금리인하 가능성을 42.0%, 75bp 인하 확률을 35.6%로 보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안 전 핌코 사장은 "시장이 연준에 너무 많은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 금리인하 횟수는 한번 또는 많아봐야 두번일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안츠인베스터즈의 번즈 맥키니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중요한 건 연준의 금리인하 자체가 아니라 그 인하 폭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는지 여부"라며 "아이스크림 세숟갈을 기대했는데 두숟갈만 받은 아이를 상상해보라"고 했다.

지난주(1∼5일) 뉴욕증시는 미중 무역전쟁 휴전에 따른 안도감과 금리인하 기대로 주간 기준 상승 마감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5% 올랐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2.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4% 각각 상승했다.

이번주 월가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오는 10~11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회 증언이다. 파월 의장은 1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11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차례로 증언한다. 향후 금리인하 폭을 가늠할 수 있는 경기전망에 대한 발언이 주목된다.

11일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발표된다. 만약 또 다시 연준의 목표치를 현저히 밑도는 저물가가 확인된다면 금리인하론에 힘이 실린다.

로젠블래트증권의 고든 찰롭 트레이더는 "어닝(실적) 시즌이 다가온다"며 "관심사는 무역전쟁에 따른 추가관세가 기업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맥키니 매니저는 "지금 주식은 끔찍하게 싸다"며 "특히 방산주와 헬스케어주 등이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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