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전쟁 촉발 '일제 강제징용'…일본은 정당한가

머니투데이 류원혜 인턴기자 2019.07.0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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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 전혀 안해…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에 경제 보복

한일 무역전쟁 촉발 '일제 강제징용'…일본은 정당한가


한일 무역전쟁이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을 촉발한 근본 원인인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은 사실상 국내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 1938년 국가총동원법 공포한 뒤 '조선인 강제징용'
조선인 강제징용이란 일제가 노동력 보충을 위해 조선인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강제노동에 동원한 일이다. 강제징용은 강제노동 혹은 무자유노동이라고도 불린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인력을 확보하고자 많은 조선인을 강제로 동원했다. 1938년 4월 국가총동원법을 공포하고 5월부터 조선에서 이를 실시했다. 1943년 9월에는 일본기업 신일본제철이 '2년간 훈련으로 기술습득 가능, 훈련 후 제철소에서 기술자로 재직'이라는 거짓 모집공고까지 냈다.

강제징용된 조선인은 주로 탄광·금속광산·토건공사·군수공장 등에서 가혹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며 혹사당했다. 이에 더해 일본은 1944년 '여자정신대근무령'을 발표해 12세에서 40세까지의 여성 수십만명을 강제징집해 군수공장에서 일하게 하거나 군대 위안부로 보내는 만행도 저질렀다.



강제징용된 조선인은 공사 후 기밀유지를 이유로 집단 학살당하기도 했다. 평양 미림비행장 노동자 800여 명, 지시마열도 노동자 5000여 명이 학살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남양 지방의 섬에 끌려간 조선인들은 일본군이 후퇴하면서 무참히 학살당했다.
지난 4월 광주 동구 광주지방변호사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전남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전범기업 대상 1차 집단소송' 기자회견에서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이 피해자인 아버지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뉴스1지난 4월 광주 동구 광주지방변호사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전남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전범기업 대상 1차 집단소송' 기자회견에서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이 피해자인 아버지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뉴스1
◇강제징용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군함도'
특히 군함 모양을 띈 군함도(하시마섬·배틀십 아일랜드)는 강제징용을 상징하는 '지옥의 섬'으로 불린다. 군함도는 나가사키항에서 18km 떨어진 축구장 2개 크기의 인공 섬으로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들이 강제징용돼 석탄 노동에 동원됐던 장소다. 조선인들은 미츠비시 그룹이 운영한 군함도 해저 1000m 탄광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중노동에 시달렸다.

2015년에는 군함도를 포함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시설' 23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중 7곳으로 조선인 5만7900명이 끌려갔다. 군함도에만 1000명이 넘는 조선인들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 중 확인된 사망자는 122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유네스코 측에 메이지 산업시설에서 조선인들이 강제징용(forced to work)을 당했다는 설명 문구를 추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일본 정부는 강제 노동(forced labor)의 의미에 해석을 달리하며 강제징용 사실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군함도 안내서나 표지석에도 이 같은 내용은 없다.


군함도 외에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사할린 섬에 강제징용된 조선인 6만여 명도 매일 12시간 이상의 중노동으로 수없이 죽어나갔다. 이들 중에는 해방 후 일본이 일본 국적자로 명명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재일동포 고(故) 김광렬(1927∼2015) 씨가 촬영한 군함도 내 광부들을 관리하는 사무소 건물./사진=뉴스1(행정안전부 제공)재일동포 고(故) 김광렬(1927∼2015) 씨가 촬영한 군함도 내 광부들을 관리하는 사무소 건물./사진=뉴스1(행정안전부 제공)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은?…"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
일본 정부는 1990년 6월 강제징용된 한국인수를 약 66만명으로 공식 발표했을 뿐 이들에 대한 어떤 보상도 외면해왔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에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총 5억달러의 유무상 경제협력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과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 나뉜다.

지난해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춘식씨(95) 등 4명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내에서 2005년 소송 제기한 지 13년여만의 판결이었다. 판결이 나온 시점을 기준으로 원고 4명 중 3명이 사망했다.

이에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한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 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NHK방송에서 "지금 공은 한국 쪽에 있다"며 최근 한일관계의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이어 "징용을 둘러싼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종지부를 찍었다. 국제사회의 국제법 상식에 따라 행동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 이춘식씨는 지난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베 총리 괘씸하다. 속이 상해 혈압이 올라온다"며 "배상을 기대했는데 자꾸 이렇게 늘어지니 마음이 안 좋다. 우리 정부도 적극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 등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무역보복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제품 판매중지 및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있다./사진=뉴스1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 등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무역보복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제품 판매중지 및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 법원에서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전범기업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김용빈)는 곽모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7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신일철주금이 1인당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달 27일에도 강제징용 피해자 홍모씨 등 14명과 그 가족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1심에 이어 2심도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깊어지는 갈등의 골, '경제 보복'까지…한국 소비자 "일본산 불매하자"

최근 일본 정부는 방위계획대강을 발표하며 한국을 안보협력 대상국 2위에서 5위로 변경했다. 지난달 28~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선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됐다.

급기야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지난 4일부터 한국에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또 일본 정부는 첨단 소재 등의 수출 허가 신청이 면제되는 외환 우대 제도인 '화이트 국가'에서도 한국을 제외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부터 제외조치를 발효한다는 목표다.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의 '경제 보복'에 반발하며 일본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한국 소비자들이 일본의 '경제 보복'에 반발하며 일본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와 관련해 한국 소비자들은 '일본산 불매 운동', '일본 관광 보이콧' 등에 돌입하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적 문제에 국한된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일본이 먼저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한 만큼 경제적 수단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일본 불매운동을 위한 소비자 '7가지 행동강령'을 퍼뜨리며 "대체재는 뭐가 좋냐"고 묻는 등 정보 공유까지 활발하게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본 여행 안 가기 △일본 제품 안 먹기(아사히, 기린 맥주 등) △일본 제품 안 입기(유니클로, 데상트, 니코앤드 등) △일본 제품 안 타기(토요타 등) △일본 제품 안 사기(ABC mart-신발, 아식스, DHC, AnnaSui, 시세이도,S K2, 맨소래담, 가스비, CJ라이온소니, 닌텐도, 샤프, 반다이(장난감), 플레이스테이션, 하이테크, 젤리롤, 헬로키티, 마일드세븐, 미니스톱, 바디피트, 세븐일레븐, 로손 등) △일본 제품 안 보기(시계-카시오, 지샥, 세이코, 알바, 잇세이미야케, 카메라- 캐논, 니콘, 후지, 소니, 파나소닉, 펜탁스 등) △일본 것 안 듣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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