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위임 운용사 '금융당국 투자일임업자'로 제한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9.07.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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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기금운용위원회에 가이드라인 초안 보고, 의결권 행사 원칙, 담당조직 등 공시해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7.05.   bjko@newsis.com【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7.05. [email protected]


국민연금이 50조원이 넘는 국내주식 위탁자산의 의결권을 자산운용사에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결권 위임 자산운용사를 금융당국이 고시하는 요건을 갖춘 투자일임업자로 제한한다. 이들 운용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오는 9월까지 최종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5일 보건복지부, 금융당국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개최된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 국민연금 자산운용사 국내주식 위탁자산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 초안을 보고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에 약 109조원을 투자했는데, 이 중 50조1000억원 정도를 자산운용사에 위탁 운용했다.



초안에는 의결권 위임과 관련한 요건과 범위 및 행사 기준, 관리 등 다양한 방안이 담겼다. 요건의 경우 자본시장법 시행령 상 연기금의 의결권 위임 규정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요건을 갖춘 투자일임업자로 제한했다.

세부적으로 의결권 행사의 원칙과 세부기준, 담당조직과 조직체계, 이해상충 방지 정책, 투자자에 대한 사후통지 절차 등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사항을 투자일임업자 및 협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해 공시한 투자일임업자다.



범위, 행사 기준은 상법상 의결권 불통일 행사 규정, 자산운용사와 의결권 위임 기업 간 이해관계 등 이해상충 방지 방안 마련 계획도 포함됐다. 자산운용사들이 국민연금과 의결권 위임 기업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상법상 의결권 불통일 행사 규정은 2주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찬반이 통일되지 않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주주총회 3일 전 기업에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행사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은 이 때 의결권 불통일 행사를 거부할 수 있어 해당 위임 의결권을 모두 무효 처리시킬 수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상법상 의결권 불통일 행사 규정으로 인해 자산운용사가 국민연금으로부터 위임받은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동일한 주식에 대해 자산운용사 위탁운용과 함께 직접투자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향후 직접투자 의결권 행사를 위해 위탁운용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가 펀드 등 상품을 판매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의결권 위임 기업의 경우도 기업 의사에 반해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기금위는 이날 초안에 대해 세부적인 논의는 하지 않았다. 추후 기금위 위원과 공청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업계 의견을 반영해 오는 9월까지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기금위 위원은 "의결권 위임 방안과 관련해 일부 의원의 발언이 있었지만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시간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위원들이 다음 기금위 회의 전까지 다양한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위원은 "의결권 불통일 행사 규정과 관련해 현행 법체계에서 의결권을 위임할지 국민연금에 대해 예외를 적용할지는 물론 이해상충 방지 방안 등과 관련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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