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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로항에선 포경선 5척이 한조를 이뤄 출항해 첫날부터 밍크고래 두마리를 잡아 돌아왔습니다. 의외의 수확을 거두자 선원들은 종이컵으로 고래에 일본 전통주를 붓는 의식을 치르는 등 1988년 이후 첫 상업 포경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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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신문은 1962년엔 고래고기 연간 소비량만 약 23만톤으로 절정에 달했지만, 이후 다른 고기로 급격히 대체됐고 IWC에 의해 상업포경이 중단되기 직전인 1986년 고래고기 수요는 6000톤까지 떨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수산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론 일본의 고래고기 소비량이 약 3000톤으로 전체 육류 소비량의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NN은 이같은 규모는 성인 1명이 연간 2티스푼 정도의 고래고기를 먹는 셈이라고 비교했습니다. 이미 일본인들 사이에선 고래고기의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인 것입니다. 이미 지난 4월 기준으로도 일본 내 고래고기 재고는 35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이 상업포경을 재개했지만 과연 누가 고래고기를 먹을지 의문"이라고 했고, 포경 재개 후에도 자민당 내 포경 연맹 의원들은 고래고기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자위대에 먹이면 좋다"라든지 "급식으로 부활시키면 된다" 등을 주장을 펼칠 정도로 수요처 찾기에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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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하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상업포경 재개를 강행하는 데에는 정치적 목적도 숨어있다는 분석입니다.
2021년 9월이면 아베 총리의 임기가 끝납니다. 아베 총리는 당장 오는 21일 열리는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내부적으론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각종 개인 스캔들에 더해, 최근에는 노후자금으로 연금 외에도 약 2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금융보고서로 여론의 반발을 사면서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빈약한 외교력 논란이 문제입니다. 그동안 보수층 표심 모으기에 효과적이었던 북한 문제는 북미정상회담이 지난해부터 열리면서 무용지물이 됐고, G20 의장국인 일본은 정작 이번 행사에서도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인 시모노세키의 거점 사업인 고래잡이를 허용하는 정치적인 승부수를 띄운 것입니다. 미국의 시사잡지 뉴스테이츠맨는 "아베 총리가 2021년 재선(총리 4연임)을 위해 자신의 지역구인 시모노세키에 상업포경이라는 선물을 안겼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여기에 상업포경 강행이 최근 국제 외교무대에서 일본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내부 비판에 정면 반박하기엔 절호의 찬스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세계에서 예전만큼 고래잡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2013~2014년에 걸쳐 환경단체와 한바탕 고래잡이를 놓고 충돌을 벌였고, 환경단체들의 관심은 이후 뜸해졌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상업포경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등 국제사회의 관심도 예전보단 덜하다는 것입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선 IWC 같이 커다란 규모의 국제 단체를 탈퇴하면서 자신의 리더십을 지지층에게 과시하는 한편, 그에 따른 역풍도 최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정치적 카드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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