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혁신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chmt@
석원장은 특히 “아이디어부터 투자, 기술개발과 사업화까지 R&D 전 과정의 연결고리가 부실한 한국의 혁신생태계는 기술혁신을 촉발하기에는 부족하다”며 “그동안 R&D와 성과를 잇는 과정이 ‘블랙박스’ 안에서 깜깜이식으로 운영됐는데 이제는 과감히 ‘블랙박스’를 열어서 건전하고 활발한 혁신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혁신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2017년 3월 퇴직하고 인하대 석좌교수로 재잭했다. KIAT가 외부에서 어떻게 평가받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외부 평가는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현재 산업·경제·사회 구조적 대격변의 시기에서 KIAT는 산업구조 혁신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주력산업 혁신·신산업 창출 등 산업구조 개선은 물론 인력양성과 산학협력 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기관장으로 돌아온 만큼 혁신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 R&D 시스템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갈등의 본질은 결국 국가 간 경쟁은 개별 아이템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혁신생태계를 놓고 다투는 것이라는 점이다. 누가 더 활발한 기술혁신을 촉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고 있냐를 놓고 보면 우리는 부족한 면이 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투자를 하고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하는 일련의 R&D 전 과정에서 한국은 연결고리가 부실하다. 소재부품의 경우도 일본이 앞단의 핵심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우리의 후단 제품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일본이 길목을 지키며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R&D 단계 전 과정에서 건전하고 활발한 혁신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KIAT는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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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액은 세계 1위이지만 성과는 낮다는 비판이 있다.
▶국가 혁신 시스템이 관건이다. 아무리 R&D 투자를 많이 해도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으면 결과물은 안 좋을 수밖에 없다. 효율적인 결과 창출은 시스템을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투입은 세계 1~2위를 다투는데, 결과가 형편 없다면 중간 과정인 '블랙박스' 안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의 R&D 블랙박스를 열어서 문제를 확인하고 국가 혁신생태계 시스템을 개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전히 한국의 R&D는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R&D에 있어 필요한 전문가, 인적자원이 제한돼 있다. 결국은 추구하는 R&D 목표에 필요한 자원이 국내외 어디에 있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자원을 활용하려면 우리 스스로가 열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KIAT는 국내외에서의 연결과 협력을 통해 공공 R&D를 지원하며 글로벌 기술협력의 핵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국제 협력은 장기간에 걸쳐 서로 믿음과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번 신뢰가 깨지면 복구하기 어려운 만큼 실기해서는 안된다. KIAT는 세계 최대 공동 R&D 프로그램 '유레카'에 참여해 신뢰를 쌓아 왔다. 임기 동안 국제협력 노력을 지금보다 배로 늘려 전세계 연구자와 우리 연구진이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좋은 기술을 가져도 해외진출을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많다. KIAT가 이러한 중소기업을 어떻게 도울 수 있나.
▶KIAT는 유관 공공기관과 협력해 패키지형으로 중소기업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체 지원 프로그램은 물론 다른 유관기관이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까지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혁신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KIAT는 기업의 녹색사업과 기술·제품에 인증을 부여해 판로 확대 등을 지원하는 '녹색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저성장 국면에서 지속가능 성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녹색인증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녹색인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앞으로 인증 실적 등 사업 규모를 더 키워나가겠다.
-KIAT가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조직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기능도 많아지는 등 '성장의 시기'였다. 앞으로는 '혁신성장 길닦이'로 도약하는 과제가 남았다. 최근 수출이 부진하고 고용상황이 악화하는 등 경제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KIAT의 역할이 혁신성장 지원에만 그칠 수는 없다고 본다. 또 다른 국정과제인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에 관해서도 정책의 정합성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할을 찾겠다.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공기관으로서 KIAT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다. 일차적이고 단순한 사업관리를 넘어 추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결과 협력을 지원하는 플랫폼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현재 여러 정부 부처가 R&D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처간 연계·협력을 돕는 중간매개체가 필요하다.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 나아가 신성장 산업까지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KIAT가 하는 다양한 기능들이 부처간 역할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협력을 촉발할 수 있다. 명실상부 플랫폼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