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본질은 혁신생태계 싸움… 깜깜이식 R&D 혁신해야"

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권혜민 기자 2019.07.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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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철 KIAT 원장 "연결고리 부실한 한국 R&D 기술혁신 부실… '혁신성장 길잡이'로 KIAT 역량 높일 것"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혁신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chmt@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혁신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일본이 한국에 대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한국 첨단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과정에서 핵심 소재·부품을 일본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는데 이를 방치하다 타격을 입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의 진단도 같았다. 그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소재 3종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앞으로 글로벌 혁신 생태계를 누가 주도하느냐를 놓고 다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5일 산업기술 R&D 콘트롤타워인 KIAT 원장에 취임한 후 한 달 간 현장의 고민을 담은 평가다.

석원장은 특히 “아이디어부터 투자, 기술개발과 사업화까지 R&D 전 과정의 연결고리가 부실한 한국의 혁신생태계는 기술혁신을 촉발하기에는 부족하다”며 “그동안 R&D와 성과를 잇는 과정이 ‘블랙박스’ 안에서 깜깜이식으로 운영됐는데 이제는 과감히 ‘블랙박스’를 열어서 건전하고 활발한 혁신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석 원장을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집무실에서 만나 취임 소회와 앞으로의 KIAT 운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혁신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혁신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2년여간 조직을 떠나있다가 첫 내부 출신 기관장으로 발탁됐다.
▶2017년 3월 퇴직하고 인하대 석좌교수로 재잭했다. KIAT가 외부에서 어떻게 평가받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외부 평가는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현재 산업·경제·사회 구조적 대격변의 시기에서 KIAT는 산업구조 혁신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주력산업 혁신·신산업 창출 등 산업구조 개선은 물론 인력양성과 산학협력 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기관장으로 돌아온 만큼 혁신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 R&D 시스템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갈등의 본질은 결국 국가 간 경쟁은 개별 아이템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혁신생태계를 놓고 다투는 것이라는 점이다. 누가 더 활발한 기술혁신을 촉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고 있냐를 놓고 보면 우리는 부족한 면이 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투자를 하고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하는 일련의 R&D 전 과정에서 한국은 연결고리가 부실하다. 소재부품의 경우도 일본이 앞단의 핵심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우리의 후단 제품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일본이 길목을 지키며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R&D 단계 전 과정에서 건전하고 활발한 혁신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KIAT는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국가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액은 세계 1위이지만 성과는 낮다는 비판이 있다.
▶국가 혁신 시스템이 관건이다. 아무리 R&D 투자를 많이 해도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으면 결과물은 안 좋을 수밖에 없다. 효율적인 결과 창출은 시스템을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투입은 세계 1~2위를 다투는데, 결과가 형편 없다면 중간 과정인 '블랙박스' 안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의 R&D 블랙박스를 열어서 문제를 확인하고 국가 혁신생태계 시스템을 개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전히 한국의 R&D는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R&D에 있어 필요한 전문가, 인적자원이 제한돼 있다. 결국은 추구하는 R&D 목표에 필요한 자원이 국내외 어디에 있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자원을 활용하려면 우리 스스로가 열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KIAT는 국내외에서의 연결과 협력을 통해 공공 R&D를 지원하며 글로벌 기술협력의 핵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국제 협력은 장기간에 걸쳐 서로 믿음과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번 신뢰가 깨지면 복구하기 어려운 만큼 실기해서는 안된다. KIAT는 세계 최대 공동 R&D 프로그램 '유레카'에 참여해 신뢰를 쌓아 왔다. 임기 동안 국제협력 노력을 지금보다 배로 늘려 전세계 연구자와 우리 연구진이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좋은 기술을 가져도 해외진출을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많다. KIAT가 이러한 중소기업을 어떻게 도울 수 있나.
▶KIAT는 유관 공공기관과 협력해 패키지형으로 중소기업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체 지원 프로그램은 물론 다른 유관기관이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까지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혁신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혁신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최근 기술 분야에서도 '친환경'이 화두다. 유망 녹색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KIAT는 기업의 녹색사업과 기술·제품에 인증을 부여해 판로 확대 등을 지원하는 '녹색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저성장 국면에서 지속가능 성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녹색인증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녹색인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앞으로 인증 실적 등 사업 규모를 더 키워나가겠다.

-KIAT가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조직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기능도 많아지는 등 '성장의 시기'였다. 앞으로는 '혁신성장 길닦이'로 도약하는 과제가 남았다. 최근 수출이 부진하고 고용상황이 악화하는 등 경제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KIAT의 역할이 혁신성장 지원에만 그칠 수는 없다고 본다. 또 다른 국정과제인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에 관해서도 정책의 정합성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할을 찾겠다.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공기관으로서 KIAT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다. 일차적이고 단순한 사업관리를 넘어 추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결과 협력을 지원하는 플랫폼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현재 여러 정부 부처가 R&D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처간 연계·협력을 돕는 중간매개체가 필요하다.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 나아가 신성장 산업까지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KIAT가 하는 다양한 기능들이 부처간 역할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협력을 촉발할 수 있다. 명실상부 플랫폼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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